나의 고백/2015년

첫 문장

>>>>> 2023. 11. 7. 08:12

 

2015/02/26

 

나는 보고서를 쓸 때
언제나 첫 문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첫 문장이라는 것은
마치 사람의 첫 인상처럼
전체 보고서의 분위기는 물론
심지어 내용의 충실성까지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문장, 첫 문단, 첫 페이지가
제대로 되면
뒤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첫 인상이 좋았던 사람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듯이 말이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소설가
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무척 반갑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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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 칼의 노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를 두고
몇날 몇일을 고민했습니다.

꽃은 피었다는
개인감정이 들어간 것이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만 진술한 표현이다.

작가는 조사와 접속사 하나에
목숨을 겁니다.

실제로 김훈은 좋은 문장의 조건을
조사가 어색하지 않은 문장이라고 했다.


# 신경숙 - 엄마를 부탁해

첫 문장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글을 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죠.
이런 주제의 글을 쓰는데
어머니를 부탁해와
엄마를 부탁해 중에
어떤 느낌이
주제에 더 가까울까? 하고요.
모두 엄마를 택하더군요.
처음 어머니로 진행되던 글은
꺼칠꺼칠했었는데,
첫 문장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고치는 순간
합일과 충만한 느낌이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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