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2012년 38

살아야 하는 이유

2012/12/09 요즘 이런저런 고민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기도 어려운 가운데, 문득 읽게 된 책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반가웠다. 실존적 공허감에 빠져 자신의 인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세계로부터 그 정신적 윤곽이 사라지고 자신이 無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공포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내가 이래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보고 위안을 받았구나 싶었다. 정신적 윤곽이 사라지고 내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공포, 이런 표현은 느껴본 사람만이 나타낼 수 있다. ----------------------------------------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 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

윤성근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2012/12/09 아는 척하지 말라는 것은 윤성근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꼽는 크리슈마무르티 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인도의 철학자이자 명상가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자신의 대표작인 에서 공포, 폭력, 무지, 오해를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는 방법을 전한다. 윤성근은 크리슈나무르티의 가르침을 이렇게 요약한다. 많이 배운 데 대해 우월의식을 가진 이가 있지만, 사실 인간은 다 비슷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 죽을 때까지 단춧구멍에 대해 연구한다 해도 세상의 단춧구멍을 다 알 수 있는가, 알아봤자 얼마나 아는가?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율곡 이이 동호문답 중

2012/12/02 동호의 객이 주인에게 물어 말하기를 고금을 막론하고 치란이 없을 때가 없는데 어찌하면 치治가 되고 어찌하면 란亂이 되오이니까? 주인이 대답하기를, 치함에도 두 종류가 있고 난함에도 두 종류가 있소이다. 객이 묻는다. 무엇을 일러 말씀하시는 것이오이까? 주인이 대답한다. 나라의 리더가 재주와 지혜가 출중하여 천하의 영웅호걸을 잘 거느리면 치하게 됩니다. 자신의 재주가 약간 못 미치더라도 현명한 참모를 잘 쓸 줄 알기만 해도 또한 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치함에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이외다. 나라의 리더가 자신의 총명함만을 과신하고 밑에 거느리는 관료들의 고견에 마음을 열지 못하면 란하게 됩니다. 또한 간악하고 아첨 잘하는 소인배에게만 의지하여 귀와 눈을 막아 가리우면 란하게 됩니다. ..

이효리

2012/11/19 어디서 행복을 찾나요? 돈은 아닌 것 같고요 유명세나 발언권도 아닌 것 같고 어디서 찾을까요? (고민을 하더니) 소소한 일상의 삶에서 찾는 것 같아요. 동물이든 사람이든 내가 도움주고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느낌이 들 때 제일 행복해요. 우리도 누군가의 희생에 힘입어 살고 있잖아요. 10년 뒤 효리의 모습은? 과거의 저보다 미래의 제가 더 멋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방향이든 간에 멋있게 살고 싶어요. 스타는 주위가 어두울 때 빛난다고 하잖아요. 주위가 환하면 그 빛이 약하니까. 더 빛날 수 있게 어둠으로 들어가야죠 ------------------------------------- 이효리가 멋있어 보였다. 사람의 멋은 이런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른 생각과 실천 의지, 그리고 무..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이런 책은 자칫하면 영영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기 십상이다.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스테디셀러도 아니라면 약 1~2주만에 사라지고 마는 것이 책들의 운명이니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신문에서 발견했다. 신문의 책 소개 코너가 아니라 어떤 칼럼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역시나 올해 9월 30일 초판 발행 후 추가 인쇄가 없다. 이런 책은 이제 곧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의외로 괜찮다. 나에게는 베스트셀러 이 책을 읽고 오래전부터 미워하고 싫어하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그저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끊었지만 아주 작은 것이라도 행동의 변화를 실제 일으켰으니 이 책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책을 우연히 만나 읽게 되고 감동받고 변화되는 것, 나에게는 정말 큰 행복이다. ..

사랑의 기초

2012/10/29 역시 알랭 드 보통은 나와 잘 맞는다. 책을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 한문장 한문장 큰 충격을 주는 구절들이 많다. 방대한 고전과 역사 그리고 철학에 대한 지식을 우리 일상에 연결시켜 촌철살인의 말로 풀어내는 능력은 정말 진심으로 부럽다. --------------------------------------------------------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그 사람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연인들의 첫번째 기대가 실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 그 사랑은 최대의 시련과 맞딱뜨린다는 사실 수세기 동안 노동이 고통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품삯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은 모두 노예의 노동이나 마찬가지라..

시 읽기 좋은 날

2012/10/24 요즘 시가 조금씩 읽힌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저런 경험들이 응축되면서 점점 이런 함축된 문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고집불통이 되어가고 남의 말이나 글을 찬찬히 듣고 읽을 참을성이 부족해져서 그런 것인가 어찌되었던 시가 읽힌다는 것은 독서의 지평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참 좋은 일이다. ---------------------------------------------------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노인네가 아닌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결국 미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급기야 누군가를 가..

미생

2012/07/09 未生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바둑의 한수 한수를 모티브로 연재하는 기획도 그렇고 회사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하 표현력도 그렇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중간중간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어지간한 책 한 두권 이상의 공감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39수 보고서는 왜 쓰는가? 이 부분은 나중에 어디 강의할 때 써도 좋을만한 엄청난 통찰력을 담고 있다. 윤태호 작가는 회사를 다녀 본 걸까? 아니면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많은 걸까? 전자든 후자든 이런 걸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기획 보고서는 왜 쓰는가? 첫째, 설득해야 하니까 둘째, 여러사람을 설득해야 하니까 셋째, 계속해서 여러사람을 설득해야 하니까 설득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나는 제대로 설득되어 있는가? 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