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6
김소운 수필 < 특급품 > 中
비자나무로 만든다는
일본식 바둑판은
모든 조건에 합격한 1급품은
30년 전 값으로 2천 원,
요즘 시세로는 30~40만원은 간다.
이 1급품 위에 또 하나 특급품이란 것이 있다.
나무의 무늬와 치수
그 어떤 점에도 1급품과
다른 데가 없으나,
머리카락만한 가느다란 흉터가 보이면
이것이 특급품이다.
물론 값도 1급보다
10퍼센트 정도 비싸다.
오랜 세월을 두고 공들여서 기른 나무가
바둑판으로 완성될 직전에
예측하지 않은 사고로
금이 가 버리는 수가 있다.
1급품 바둑판이
목침감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후는 아니다.
금 간 틈으로 먼지나 티가 들지 않도록
헝겊으로 고이 싸서
손이 가지 않는 곳에 간수해 둔다.
1년, 2년, 때로 3년까지 그냥 두어 둔다.
추위와 더위가 몇 차례 없이 반복되고
습기와 건조가 여러 차례 순환한다.
그러는 사이 상처났던 바둑판은
제 힘으로 제 상처를 고쳐서
본디대로 유착해 버리고,
금 갔던 자리에 머리카락 같은
흔적만이 남는다.
언제나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한번 금 간 그 시련을 이겨내는 바둑판은
열에 하나가 어렵다.
한번 금이 갔다가 다시 제 힘으로 붙어진 것은
그 부드럽고 연한 특질을 증명해 보인
이를 테면 졸업 증서이다.
하마터면 목침감이 될 뻔한 비자목 바둑판이
이래서 특급품으로 승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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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이겨낸, 상처를 극복한 사람
그런 사람이 특급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