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1

나는 일단
좋은 책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우선 사 놓는다.
당장은 몸에 맞지 않는 옷 처럼
읽기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언젠가 나한테
꼭 맞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에는 장석주씨 책이 딱 그렇다.
한가한 가을밤
책을 읽다가
점점 밀려오는 감정에 숨이 턱
잠깐 멈추게 하는 책이다.
나보다 먼저
나보다 깊이 세상을 경험한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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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사람의 피와 기가 안정적이지 못하니
이때 경계해야 하는 것은 욕망이고,
사람이 성숙하고
피와 기가 견고해졌을 때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공격성이며,
늙어 기가 쇠퇴해질 때
경계해야 하는 것은
얻으려는 욕망이라고 일렀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는
물고기처럼
눈을 부릅뜨고 내 안을 들여다보며
마음에 무시로 일어나는 사심을 경계합니다.
청춘이 가고 있다는
쓸쓸한 느낌은
육체의 쇠락에 대한 자각보다
의식의 쇠락에 대한 자각에서 더욱 커진다.
더 이상 나는 가난하지 않고,
더 이상 나는 고독하지 않고,
더 이상 나는 반항하지도 않는다.
적당히 풍요하고,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타협한다.
아 이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