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황동규 시인

>>>>> 2023. 11. 20. 07:42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버릇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사람들은 흔히 사랑 혹은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정의 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착각의 도도 높아진다.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애정을 쏟았으나
상대방이 몰라주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동기야 어떻든 일단
있는 그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그 사랑은
다른 사람, 다른 사물에로 확대된다.

어두운 건물들 뒤로
희끗희끗 눈을 쓴 채
석양빛을 받고 있는
북악(北岳)의 아름다움이
새로 마음에 안겨온다.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풍경을
우리의 어두운 마음의 풍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까치가 그저
하나의 새가 아니라
귀족적인 옷을 입고 있는
새라는 것도 발견하게도 되고,
늘 무심히 지나치던 여자가
화장이나 옷차림에 과장이 없는
다시 말해
낭비가 없는 여자라는 사실도
새로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사는 일이 바빠진다.
바빠짐이야말로
살맛 있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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