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제목이 왜 이럴까?
글렌 굴드의 피아노 솔로에 대해
쓴 책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제목은 이렇게 읽힌다.
글렌 굴드는 피아노 솔로 그 자체다.
언뜻 봐서는
일반 사람들이 쉽게 손이 가기 어려운
그야말로 난해한 책이다.
글렌 굴드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그의 음악도 듣지 않는데
전기를 누가 읽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이 저예산 출판에
번역이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과도한 욕심이었다.
그러나!
이 번역문의 난해함 속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정말 반짝반짝 빛났다.
예술이란 무엇인지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떠해야만 하는지
진짜 예술가와
가짜 예술가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정말 이 책은
한 천재적인 인간이
예술 그리고 아름다움을
어떻게 추구하고 보여줬는지를 설명한
엄청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을 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
다시 말해
내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매우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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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주회 일정
그것이 아니면
한없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이 생기는 휴식들
이 둘의 경계지역인 이 순간을
그는 사랑했다.
그는 하루동안 일어난 일들을 회상했다.
그리고 자신을 더럽혀 놓는
일상의 만남들
이 접촉들이 씻겨나간
아주 순수한 무엇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꼭꼭 감추어져 발견하기 어려운 길,
자기 자신에 이르는 이 길을
혼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내가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나에게 결핍되어 있을 때,
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군가가
다름 아닌 내 자신일 때
이런 상태는 고립이다.
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 조차
그 사람이 그리운 상태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견뎌낼 수 있는
대화 상대를 찾아야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보다
사람이 더 활동적인 순간은 없으며
고독 속에서 만큼이나
혼자가 아닌 순간도 없다.
(카토, 로마 정치가)
라디오는 여러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다.
마음내키는 대로 켜거나
끌 수 있으니까.
우리가 원할 때 자리에 없고
없어도 좋을 때 곁에 와 있는
타인들과는 달리.
음악은
음악을 듣는 사람을
그리고 연주자들을
명상으로 인도해야 한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들을 하고 있는
다양한 청중들에 둘러싸여
명상에 잠길 수는 없는 법이다.
자기 자신의 생각들과 함께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어렵지 않게
침묵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고
그의 공격을
살짝 피해갈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이 우정의 본질이다.
더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둘 것.
이것이 굴드의 미학이다.
후퇴의 미학이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피아노 자체와도 거리를 둘 것.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전념해 있으면서도
나 자신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접근방식에 놀라게 된다.
마치 손가락들이
건반을 건드리지 않고
음악을 건드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친숙해지면 음악은 꺼져버리고 만다.
근본적인 아름다움은
우리가 그것을 찾아나서면
자취를 감춘다.
너무나 친숙해져서
두려움마저 사라지고 나면
아름다움도 사라진다.
그 누구도 말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우리가 음악이라 부르는 이것이
왜 우리를 감동시키고
그렇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 하찮은 존재들이
우리에게
이미와 아직을 들리도록 만들고
미세하지만
거대한 흔들림을 일으킨다.
자신만의 예술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인간들의 특징은
사실과 이성을 찾는데 매달리지 않고
불확실성과 신비
그리고 의심가운데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방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도 해체되고 변질된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머나먼 이상을 공유할 수 있을까?
성장배경이 달랐고
어린시절이 달랐고
나아가 죽음도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끼리 말이다.
예술작품은 임의적이지만 필연적이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었는데(임의적)
그러나 일단 존재하면
다른 것이 되었을 수는 없다.(필연적)
그렇다.
진정한 경이는
그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가,
그래 이거야
이렇게 밖에는 될 수 없었어,
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텍스트를 한참 동안 숙고하게 되면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것이 말하려는 바를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며,
그것을 소리로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속수무책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예술은 하나님이 떠나면서 남겨둔
아름다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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