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 2024. 1. 15. 07:54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저자가 철학자이자 시인이라 그런지
책 제목부터
너무나 시적이었고
책 디자인도
따뜻하고 멋져서 산 책이었다.

책 초반부에는
정말 마음을 울리는 멋진 글과
시적인 표현들이 많아
초판을 구매한 성급함 치고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중반부 이후로 갈수록
힘이 많이 떨어졌다.
여기저기 책에서 읽은 글들을
주제별로 단순히 모아놓은 느낌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자신의 생각이 명확하고
그 생각을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다른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많이 아쉬웠던 책이나
철학자이자 시인인 저자의
감성적인 문장들은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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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것을 겪을 당시엔
그 의미를 모르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반복할 기회가 생겼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를 배우게 된다.

인간은 서로에게
영원히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이며
전체 그림 같은 것은
결코 맞추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방의 고유성, 서로 다름,
하나의 전체로 합일하려 하지않는
상대방의 필연적인 고집을
존중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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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이 글
에필로그에 실려있는
이 시 같은 글이 제일 좋았다.
책 제목이 왜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인지
설명해 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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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실신하듯 기온이 떨어진 저녁
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보았던
길가의 고인 물은
나올 땐
이미 생명을 빼앗긴 듯 얼어있었다.
모든 것들이
겨울의 빠른 계획에 깜짝 놀란다.
무례한 운전자처럼 속도를 내며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차가운 바람을 피하며
우리는 걸었고,
너는 점점 짧아지는
나무 끝에서 곧 떨어질 것 같은
성냥불처럼 떨기 시작했다.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겨우 참아내는,
차가운 조각상이 된 너의 손을 잡아
내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온기 속에서라면
네 손은 현들 위에서
쉴새 없이 춤추며
현들을 고독에서 깨어내고
생명들이 살아있도록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손이 생명을 받아야 할 시간이다.
이윽고
내 손 안에선
작은 지구가 조금씩 움직여
계절을 바꾸려 했고,
이내 봄과 초여름이
겨우 부화한 동물들처럼
조심조심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네 손을,
아니 지구 하나를 쥐고 있었고,
두손이 잠시 피해있던
외투 주머니 속엔
별자리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모든 것이 무사할 것이라 말하듯
날씨가 바뀌었다.
하나의 손이
또 다른 손에게 다가가
네가 나의 전부라며
가만히 안아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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