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님 책은 처음 읽었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
몇몇 책 제목도 알고 있을 정도였는데
왜 지금까지
책은 한권도 읽지 못했던 것일까
더 늦기 전에
선생님의 책을 읽고
빛나는 문장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고 참 좋았다.
대가는 괜히 대가가 아닌 것이
문장에
어떤 가식이나 꾸밈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고
상황에 몰입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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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기 전에 미리 외면하고 싶은
유치한 무용이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은유나 상징이 전혀 없이
의도만이 하도 뻔뻔스럽게 노출되어 있어
마치 공산주의가 벌거벗고 서 있는 걸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벌거벗은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는
구경꾼이라도
시선을 돌려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이불 속에서 외롭게
절망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이놈의 나라가 정녕 무서웠다.
그들이 치가 떨리게 무서운 건
강력한 독재 때문도
막강한 인민군대 때문도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고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뗄 수가 있느냐 말이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는 만고의 진리에 대해.
시민들이 당면한
굶주림의 공포 앞에서
양식 대신 예술을 들이대며
즐기기를 강요하는 그들이 어찌 무섭지 않으랴.
차라리 독을 들이댔던들
그보다는 덜 무서울 것 같았다.
그건 적어도 인간임을 인정한 연후의
최악의 대접이었으니까.
살의도 인간끼리의 소통이다.
이건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두 팔을 휘저어 포대기를 벗어 버리고
밝은 세상 구경에
눈을 빛내는 아이의 건강한 볼보다
더 확실한 봄은 없었다.
그건 그림자한테서
표정이나 혈색을 읽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암만해도 그녀의 사생활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었다.
불가사의한 여자였지만
신비감 없는 불가사의는
혼란스럽고 피곤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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