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2025. 5. 19. 08:51

 

박완서 선생님 책은 처음 읽었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

몇몇 책 제목도 알고 있을 정도였는데

왜 지금까지

책은 한권도 읽지 못했던 것일까

 

더 늦기 전에

선생님의 책을 읽고

빛나는 문장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고 참 좋았다.

 

대가는 괜히 대가가 아닌 것이

문장에

어떤 가식이나 꾸밈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고

상황에 몰입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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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기 전에 미리 외면하고 싶은

유치한 무용이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은유나 상징이 전혀 없이

의도만이 하도 뻔뻔스럽게 노출되어 있어

마치 공산주의가 벌거벗고 서 있는 걸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벌거벗은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는

구경꾼이라도

시선을 돌려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이불 속에서 외롭게

절망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이놈의 나라가 정녕 무서웠다.  

그들이 치가 떨리게 무서운 건

강력한 독재 때문도

막강한 인민군대 때문도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고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뗄 수가 있느냐 말이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는 만고의 진리에 대해.

시민들이 당면한

굶주림의 공포 앞에서

양식 대신 예술을 들이대며

즐기기를 강요하는 그들이 어찌 무섭지 않으랴.

차라리 독을 들이댔던들

그보다는 덜 무서울 것 같았다.

그건 적어도 인간임을 인정한 연후의

최악의 대접이었으니까.

살의도 인간끼리의 소통이다.

이건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두 팔을 휘저어 포대기를 벗어 버리고

밝은 세상 구경에

눈을 빛내는 아이의 건강한 볼보다

더 확실한 봄은 없었다.

 

그건 그림자한테서

표정이나 혈색을 읽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암만해도 그녀의 사생활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었다.

불가사의한 여자였지만

신비감 없는 불가사의는

혼란스럽고 피곤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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