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교수의 글은 참 재미있다
머리 좋은 사람이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그것을 최고의 언어 유희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능력
이 분야에서
내가 아는 한 최고 수준이 분명하다.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아주 재미있게 분석해 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짧은 칼럼들을 엮은 것이라
심층적인 분석이라기 보다는
한국 사회에 대한 스케치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역시나
김영민 교수 특유의 유쾌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재미있게 읽었다.
-------
내가 만나본 지구인들은
약간의 책임감과 또 약간의 소유욕과
또 약간의 질투를 동력으로 해서
성실히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주말이 되면 방안에 엎어져
휴식이나 취하는 보통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중에는 간혹 제법 그럴싸한 야심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살아 있기에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대개의 인간은
날로 먹을 수 있다면 날로 먹을 수 있는 존재,
도저히 날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을
통절하게 깨달았을 때에야
간신히 노력을 시작하는 존재들 아니던가
보통의 인간은
자신의 무능과 이기심을 반성하기는커녕
남을 탓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반성을 하더라도
자신이 반성한다는사실을
만천하에 전시하려드는 존재들 아니던가
어떤 특정한 경험이나 편견으로 인해
인간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증오하기는 쉽다.
그러나 모순으로 가득찬 그 존재의 전모를
끌어안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란 저열하기도하고 고귀하기도 한 존재,
아니 저열해질 수도 있고
고귀해질 수도 있는 존재.
그러니 물을 수 밖에.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난 인간이 싫지만 인간의 영혼이 좋아.
영혼은 밤처럼 서늘한 것이니까.
여름밤이 없으면 여름을 견딜 수 없고
영혼이 없으면 인간을 견딜 수 없으니까.
'읽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0) | 2026.01.13 |
|---|---|
| 북 샵 - The Bookshop (0) | 2026.01.13 |
| 하늘과 별과 바람과 인간 (0) | 2026.01.12 |
|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0) | 2026.01.05 |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0) | 202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