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9
< 책만 보는 바보 >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오픈을 했다.
운이 좋게
사전 초청행사에 초대되어
개장일보다 이틀 먼저
광화문점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광화문점을 둘러보다
반가운 이름의 특별기획 공간을 마주쳤다.
그 공간의 이름은 '구서재'
구서재는 이 책의 주인공인 이덕무가
어린시절 정한 서재의 이름으로
책에 파묻혀 책에 대한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호기롭게 표현했던 명칭이다.
※ 책에 관련된 모든 것 (九書)
책을 읽는 독서
책을 보는 간서
책을 간직하는 장서
책의 내용을 뽑아 옮겨쓰는 초서
책을 바로잡는 교서,
책을 비평하는 평서
책을 쓰는 저서
책을 빌리는 차서
책을 햇볕에 쬐고 바람을 쏘이는 폭서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덕무는
조선후기 실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박지원이나 홍대용, 박제가,
이런 분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분이다.
이덕무를 가장 먼저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라는 책에서 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멋진 수식어로 표현해놓고
예를 들면
타고난 독서가 세종
장서가 이의현의 책자랑,
한가하게 쓴 방대한 사전 이익 성호사설,
그런데 이덕무는 '책 읽는 바보 - 이덕무'
이런 당황스러운 표현 때문이었을까?
이덕무에 대한 관심이 생겨
그의 생애와 철학 등을 조금씩 접하며 애정이 생겼다.
궁핍한 살림과 서자로서의 신분적 한계 때문에
쉽게 포기할수도 있는 삶을
오로지 책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한평생 살다간 이덕무
그가 조선시대 나이로는
거의 노년으로 볼 수도 있는 40대에
규장각 검서관이 되고
이후 현감까지 되었다는 성공스토리도 있지만
태어나서 40년 동안 느꼈을 좌절감과
책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
이런 것들이 나에겐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자그마치 40년이다,
그 시간은 무엇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했던 기간이었다기보다는
그저 책이 좋아
순간순간을 버텨낸 시간이라고 보는게
더 타당할 것 같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도 나오는 표현이지만
책이 뿜어내는 독특한 매력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드는 느낌,
이런 걸 느끼며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보람이 있고 행복하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끝으로, 이덕무의 호 '청장관'에서
청장이란 푸른 백로를 의미한다.
청장은 고요히 물가에 살면서,
눈앞에 지나가는 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먹고 사는
맑고 욕심없는 새라고 한다.
이덕무는 그 청장처럼
달리 누리는 것이 없어도 좋으니
그저 약간의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책 속의 글귀들로 머리와 가슴을 채우며
고요히 한 자리에 살고 싶어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