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시선과 타자

>>>>> 2024. 1. 15. 11:07

 

이 책은 매우 작은 책이다.
크기도 그렇고
실제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다.

이런 작은 책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런 아우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말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아주아주 엄청난 책이다.

사람들이 흔히 사랑이라 불러왔던
그 감정부터
인간관계 전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서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나는
세상 사람들을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고 싶을 정도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과 오해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바보 같은 실수들과
불필요한 감정소모도 줄일 수 있으며
나아가
진정한 나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그런 실존적 기쁨을 주는
긍정적 인간관계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존주의라는 말이 드리우는
어두운 느낌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이 책을 통해
사르트르가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실존의 기쁨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탐구결과 였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통상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그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데
사르트르에 의하면
그 사람이 자유의지가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이러한 관계는 언제나 불안정하며
일시적으로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항상 좋아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려고
사람들은 상대에게 집착을 하게 되고

결국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한다.

나를 완전히 버려
그 상대에게 완전한 복종을 선언하는
마조히즘이거나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또는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사디즘으로
사랑의 모습이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여기까지도 문제겠지만
마조히즘이 지속되면
어찌되었건 관계에 지쳐가게 되고
결국 무관심한 상태가 되며
사디즘이 지속되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증오나 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사랑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말 엄청난 통찰이 아닌가?

그렇게 인간관계,
그리고 인간관계의 최고 감정인
사랑이

이렇게 실패로 귀결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 속에서
사르트르는 슬쩍 희망을 이야기한다.
언어나 대화
아무 언어나 대화가 아니라
서로 적극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좋은 대화를 하는 관계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발견할 수 있고
이 세상에 그냥 던져진 내 존재에 대한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존재의 기쁨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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