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소설가의 책은
여태껏 본적이 없었으므로
부커상 후보였다고도 했기 때문에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산 책이다.
아일랜드도 유럽이니
뭐 평화스럽고 한가한
그런 좋은 이야기겠지 싶었으나
책 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던
아일랜드 전역의 수녀원에서 자행한
미혼모와 그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소설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소설이 재미있을 수 없고
의미도 찾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 작가 특유의 무언가가
이 책을 꽤 괜찮은 책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해야할 고발이라도
감성적으로
세련되게 할 수 있어야
그 고발의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강씨의 소설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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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 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떄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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