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즐거움

비바리움

>>>>> 2024. 3. 4. 08:22


서로 사랑하는 젊은 연인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결혼 후 살 집을 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일상적인 풍경이랄까?

하지만 여기까지가
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인생의 밝은 모습 전부다.

그 이후 이 연인에게는
지옥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인생을,
특히 결혼 후 인생에 대해
아주 극단적으로 설정한 것인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에
갇힌 상태에서
두 사람은
나름의 방법으로 의미를 찾으며
현실을 극복해 보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긍정적인 결론 따위
보여주지 않는다.

여주인공 젬마는
아이를 키우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갑자기 배달된
아이를 키우게 되고
가끔은 엄마가 된 것 같은
느낌도 가지게 되지만
열심히 키운 그 아이에게,
당신은 나를 키우고
죽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말을 들으며
죽어가게 되고

남자 주인공인 톰은
땅을 파다보면
뭔가 다른 세상으로 열리는
길이 있을 거라는
자기 스스로 만든 희망에 몰입해서
매일매일 죽도록 땅을 파지만
거기서 발견한 것은
자기 자신처럼 죽도록 땅을 팠던
어떤 사람의 시신이고
그 자신 역시
시신이 되어 그 땅에 묻힌다는

그런 내용의
아주 아주 우울한 이야기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 만날 때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가
창의적 아이디어와
치밀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엄청난 자극과 감동,
그리고 인사이트를 줄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번호로만 구분되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집에서
늘 비슷한 아침을 먹고
매일 양치를 하고
그리고 희망인지 절망인지 모를
그런 의미를 좇아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을 자고
다시 일상을 반복하다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런 상태로
죽어가는 것,
그런 것이 인생인가?

그런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라고
애써 부인해 보려고 해도
큰 그림에서 보면
요약해 보면
사실 인생이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면
아 정말 허무하고 허탈하다.

이런 기분에 잠깐 젖는 것은 괜찮겠지만
오랫동안
이런 생각에 머물러 있으면
큰일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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