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시선 500권 발간 기념집이다.
< 목련 > 이대흠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연두 > 정희성
아쉽기는 해도
더 짙어지기 전에
사랑도
거기까지만
섭섭기는 해도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
< 이토록 적막한 > 전동균
이 작은 가슴에
어떻게 바다와 사막이 함께 출렁이고
사랑은 늘 폭탄을 감추고 있는지
헛된 꿈들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
왜? 왜? 왜?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동백숲길에서 > 노향림
그 길
미로처럼 얽혀 있어도
섦디설운
이름 하나
기억 하나
돌아오겠지요.
<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 손택수
어떤 사람은
얼굴도 이름도 다 지워졌는데
그 눈빛만은 기억나지
눈빛 하나로 한생을 함께하다 가지
< 오래 만진 슬픔 > 이문재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 사랑의 모양 > 정다연
네가 아닐 리 없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숨 막힐 듯 가득 찰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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