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7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시기라 그런가
책의 제목부터 참 맘에 든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괜히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것이
아니었구나 싶다.
책 전체적으로
전체적으로 서늘하고
우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바깥은 여름인데 말이다.
김애란 작가는
참 섬세한 감정을
잘 묘사해내는 것 같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싶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문득 지나치거나
이건 뭐지 하고
넘어가버렸던 감정들을
여지없이 집어내 글로 풀어낸 다음
이렇게 말한다.
이 감정, 이런 느낌 맞죠?
소설을 읽으면
처음에는 그냥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는 느낌이 들지만
점점 소설속 주인공들에게
몰입하면서 부터는
내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래 그렇다면 내 인생은?
나에게도 이런 일
일어날 수 있는거 아닌가?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하는 등의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큰 그림을 생각해 보게 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실내온도가 2~3도는 낮아진 것 같다.
그러니까 글을 참 잘 쓴거다.
김영하 작가의 책도 그랬지만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충격이
결코 작지 않은 것 같고
그러한 정서적 충격을
감수성이 민감한 작가들이
가장 절절히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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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일이 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
그런 건 모두 어디로 가나.
(노찬성과 에반)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 새고 있었다.
한창 때가 지났으니
나물맛도 알고
물맛도 아는 거겠지.
살면서 물 맛있는 줄 알게 될지
어찌 알았던가.
자신도 바야흐로
풀 먹으면 속편하고
나이 먹으며
털 빠지는 시기를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건너편)
풍경이
더 이상의 풍경일 수 없을 때,
나도
그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 순간 생긴 불안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두 사람이,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들 같아서였다.
(풍경의 쓸모)
그래도 어떤 인간들은
결국 헤어지지.
누가 꼭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해.
서로 고유한 존재방식과
중력 때문에.
안 만나는게 아니라
만날 수 없는 거야.
맹렬한 속도로
지구를 비껴가는 행성처럼.
수학적 원리에 의해
어마어마한 잠재적 사건 두 개가
스치는 거지.
웅장하고 고유하게 휙.
어느 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고 빠른 속도로 휙.
그렇지만 각자 내부에
무언가가 타서 없어졌다는 건 알아.
스쳤지만 탄거야.
스치느라고.
부딪혔으면 부서졌을텐데.
지나치면서 연소된거지.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검댕이
자기 내부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남긴.
상대가 한 말이 아닌.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의문과 경외를 동시에 갖는.
(가리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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