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2019년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 2023. 11. 21. 07:59

2019/12/30

 

백수린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이 책은 절대로
빨리 읽으면 안된다.
여유가 있을때
한글자 한글자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러면 글에서
무한한 감정의 물결이 펼쳐진다.
얼마나 내면이 깨끗하고 여리길래
이런 감정을 담아내고
또 표현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

그날 퇴근하기까지 시간은
정말로 더디게 흘렀다.
어찌나 더디게 흐르는지,
퇴근 시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을 땐
겨우 오후 세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았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방지턱마냥 솟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전진하던 우리 관계를
덜컹거리게 만들기 시작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내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더 사랑을 받았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안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될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이.

평범한 사건이
예외적인 사건이 되는데는
역시 아주
사소한 차이가 필요할 뿐이다.
마치 사랑이 시작되는 원리가
그러한 것처럼. 

'나의 고백 > 201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선 -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  (0) 2023.11.21
아무튼, 술  (0) 2023.11.21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0) 2023.11.21
경찰관 속으로  (0) 2023.11.21
이 순간의 나  (0)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