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3
이런 상큼한 기획을 누가 했는지
참 기발하다.
계절마다 단편소설 3편을 실어
귀여운 디자인의 작은 책을 내다니
책 내는 것도 부담이 없고
읽는 것도 부담이 없는데
뭔가 일상이 아름답게 채워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이
재미있게 잘 읽혀서 샀는데
정말 난해하게 읽었던
한정현 작가의 소설에서
반짝이는 글들을 많이 발견했다.
섬세하고 따뜻하고
그러면서 뭔가 깊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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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꾸미고 나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들어와
아무 설명 없이
그저 누워만 있어도
캐묻지 않는 사람
누구나 가끔씩은
모든 걸 답할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걸
잘 아는 사람
그러니까
내가 궁금하지 않아서
질문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여태 자기의 잘못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은채
그저 자신을
용서해달라고만 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그 얼굴은
아주 말갛고 무해해 보였다.
그때 처음 알았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언제나 천진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만난 것이
나쁜 꿈이었던 듯 살길 바라요.
저는 여태
빌려온 사랑
주인 없는 이별만 하였습니다.
그 말에 동의는 할 수 없어도
그 마음이 무엇인지는
가늠했으므로
나는 음식점이나
마트, 카페와 같은 곳에서
엄청난 친절을 받으면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늘
조금씩 울적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요구한 친절이
그 만큼이나
어마어마 했겠지 싶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자기 생계가 달린 문제에 대해선
그저 가벼울 수가 없으니까.
저번 주만 해도
5시 즈음
천변에서 집으로 걸으면
쏟아지는 햇빛에
뒷덜미가 뜨끈하기 까지 했는데
계절은 벌써
그 반대의 감각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는 차가운 물로 씻은 손을
누군가 턱 하고
뒷목에 올리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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