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평이 좋은 유명한 작가고
그 작가의
괜찮은 책이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나하고는
코드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쉽게 쉽게 읽히고 잘 넘어가는데
뭔가 남는 것이 없고
무엇보다
겪었던 시대상황이 나와 달라서 그런지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번 단편집에서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마지막에 실린 기억의 왈츠였다.
언젠가
권여선 작가의 글도
마음에 들어오는 때가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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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아름답게)
참 고귀하지를 않구나
이 사람들은,
하고 생각했다.
분명 자신도
고귀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고귀하지를,
전혀 고귀하지를 않다고
그녀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기억의 왈츠)
과거를 반추하면 할수록
내게 가장 놀라웠던 건
그 시절의 내가
도무지 내가 아닌 듯 무섭고 가엾고
낯설게 여겨진다는 사실이었다.
오래전 기억 속의 자신은
원래 그렇게 생각되는 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원래 그렇더라도
놀라운 건 놀라운 것이다.
내가 손 쓸수 없는
까마득한 시공에서
기이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내가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원한 적 없는 방식으로,
원하기는 커녕
가장 두려워해 마지 않았던 방식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부인할 수도 없지만
믿을 수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놀랍지 않다면
무엇이 놀라울까.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오래전 젊은 날에,
걸리는 족족
희망을 절망으로,
삶을 죽음으로 바꾸며 살아가던
잿빛 거미같은 나를 읽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니, 그런 사람을,
나를 알아본 그 사람을
내가 마주 알아보고 인사하고
빙글 돌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은 나와 춤추면서
넌 거미가 아니라고,
너는 지금
스스로에게 덫을 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작고 딱딱한 결정체로
만족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더 풍성하고
생동적인 삶을 욕망할 수 있다고,
이 그물에서 도망치라고
말해 주었을까.
나는 그 말에 귀 기울였을까.
그 뜻을 알아채고 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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