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여러가지 글을 읽다고
최승자 시인을 알게 되었다.
사실 최승자 시인의 시는
한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데,
그 시인의 에세이라니
좀 생뚱맞기는 하다.
시인이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혼자서 너무나 아픈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승자 시인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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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일이 나타나면
그것이 가치있는 것인가
무가치한 것인가,
유익한 것인가, 해로운 것인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무죄인가 유죄인가를
끊임없이 판단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덕은
자기 자신을 존재케 하고
보존케 하는
기존의 가치체계로서
그리고
그 가치체계의 룰과 율로서
비도덕적인 것, 반도덕적인 것,
부도덕한 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징벌과 처벌을
가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만간
그녀가 살았던 한문장 전체가
차례차례 지워져나갈 것이다.
그 길고 아, 그러나
너무도 너무도 짧고,
지루하고 지겹고
고달프고 안간힘 써야했던 한 문장이,
쓰일 때보다
몇억배 빠른 속도로 지워져
마침내 텅빈 백지만 남으리라.
그뒤엔 이윽고
그 백지마저 없어져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살았던 문장의
문장없는 마침표 하나,
지구상의 외로운 표적 하나,
그녀의 무덤 하나만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나는
실제의 한 죽음을 통해,
죽음은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죽음은 다만
한 문제 자체를
도중에 종결시켜버릴 뿐이며,
더 나아가
그 문제엔 해답이 없을지도 모르며,
더 더 나아가
아마도 그런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아마도 인간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통해
상처없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모순의 별 아래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강하되,
그러나 그 삶을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아주 떠나지는 못한채,
그러나 수시로 떠나
수시로 되돌아오는 것일진대,
그 삶을 위해
우리가 무슨 노력을 하였는가
한번 물으면
어느새 비가 내리고,
그 삶을 위해
우리가 무슨 노력을 하였는가
두번 물으면
어느새 눈이 내리고,
그 사이로 빠르게 혹은
느릿느릿 캘린더가 한장씩 넘어가버리고,
그 지나간 괴로움의 혹은
무기력의 세월 위에
작은 조각배 하나 띄워놓고 보면,
사랑인가,
작은 회한들인가,
벌써 잎 다 떨어진
헐벗은 나뭇가지들이
유리창을 두드리고,
한 해가 이제 그 싸늘한
마지막 작별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발음해야만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오는 인생이
겉으로는 무시무시하고
불행해 보일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 과정을 거친 뒤에는
그것이 오히려 축복이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