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쇼코의 미소

>>>>> 2024. 2. 20. 12:14


최은영 작가의 초기작이다.

초기작에서 느껴지는 풋풋함,
그리고
혹시나 작품들이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
그리고
결국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책을 출간하면서 느꼈을
그 막막했었을 마음,
그런 감정들이
각각 조금씩 담겨있는 그런 소설집이었다.

최은영 작가는
걱정을 많이 했겠지만
이 책은 초기작이라고 하기
조금 민망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이미 갖추고 있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어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최은영 작가만의 발견해내는
사람들의 섬세한 감정이나
그 감정에 대한 표현이 탁월하다.
다른 소설들에서 느꼈던
부담스럽거나
난해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이제 얼마나 더 기다려야
최은영 작가의 글을 또 읽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고
그만큼
이 책들을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는
아쉬움도 크게 느껴진다.
뭐 그 크기만큼 엄청 반갑겠지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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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푸른빛의 채도가 점점 낮아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질 때면,
나는 내가 언젠가 이 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 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렇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작은 기억 하나도
제대로 잊지 못한다. 

선배가 생각했던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선배가 스스로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그것들 덕분에 자주 웃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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