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안녕 주정뱅이

>>>>> 2024. 2. 24. 11:30


뭔가 주정뱅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 같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예전에 사두었다가
(아마 2년 전쯤인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책도 사람의 인연과 비슷해서
어떤 책이든
읽혀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때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 책보다 먼저 읽었던 단편집,
<각각의 계절>은
한동안 최은영 작가의 문체에
푹 빠져있었던 탓인지
영 별로였는데
이번 단편집은 나쁘지 않다.

각 단편마다
술 마시는 이야기들이 나와 그런건지
무슨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단편의 정여선씨 글은 참 좋다.
사람의 감정에 대한 묘사도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서술도
참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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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도 없다.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자기는 정확히 그렇게 한 줄 알겠지만
그녀는 결코
자기 감정을 격조있게 표현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질투나 원한을 품을 수 있고
그에게 닥친 불행에
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을 그토록 천하게 표현하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예술가로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그녀는 무력하게 다짐했다.

어떤 불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지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