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주정뱅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 같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예전에 사두었다가
(아마 2년 전쯤인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책도 사람의 인연과 비슷해서
어떤 책이든
읽혀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때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 책보다 먼저 읽었던 단편집,
<각각의 계절>은
한동안 최은영 작가의 문체에
푹 빠져있었던 탓인지
영 별로였는데
이번 단편집은 나쁘지 않다.
각 단편마다
술 마시는 이야기들이 나와 그런건지
무슨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단편의 정여선씨 글은 참 좋다.
사람의 감정에 대한 묘사도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서술도
참 적절하다.
----------------------------------
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도 없다.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자기는 정확히 그렇게 한 줄 알겠지만
그녀는 결코
자기 감정을 격조있게 표현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질투나 원한을 품을 수 있고
그에게 닥친 불행에
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을 그토록 천하게 표현하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예술가로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그녀는 무력하게 다짐했다.
어떤 불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지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읽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주 오래된 시에서 찾아낸 삶의 해답 (0) | 2024.02.26 |
|---|---|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0) | 2024.02.24 |
| 시의적절 2월호 - 선릉과 정릉 (0) | 2024.02.22 |
| 시의적절 1월호 - 읽을, 거리 (0) | 2024.02.21 |
|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0) | 2024.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