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깊이 있는 철학적 지식과
그 지식을
위트있게 풀어내는 멋진 문장에 빠져
한참 동안
여러 저작들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첫 작품이었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와
불안을 넘어서는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번 책은 다행히
그 정도로까지 실망스럽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책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책을 통해서는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적 내용과
몽테뉴라는 철학자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확실히 철학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천부적 재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쓰여진 책도
프랑스어 번역이 어려운 탓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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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사회적 관습이라는 것은
당연히 그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내적 확신 때문에
의문을 품어서는 안되는 것이 된다.
심지어
그 근거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관습들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켜져 내려왔다는 이유 만으로도
사람들은 좀처럼 의문을 품지 않는다.
사람들이 틀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신념을
논리적으로 검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확고한 견해들도
완벽한 추론 과정을 통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종종 몇세기에 걸친
지적 혼란 상태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여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
(에피쿠로스)
한 인간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
먹거나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조심스럽게 고려해 보라.
왜냐하면 친구없이 식사를 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켜봐 줄
누군가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다른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을 떄까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낸다는 것은
끊임없이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받는 것이다.
친구들은 우리를 알아주고
돌봄으로써
우리에게 무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다.
행복은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행복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는
대부분 금전적인 것이 아니다.
(세네카)
분노보다 더 신속히
광기에 이르는 길은 없다.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품고 있는
위험천만하게 낙천적인 견해들이다.
인간은 자신이 갈망하는 대상을
거부 당할 때마다
항상 분노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직 우리 자신이
그 대상을 손에 넣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굳게 믿을 때만 분노하게 된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포기하기만 하면
우리가 그렇게 분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성향 뒤에는
자신이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것을
(몽테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많은 것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우정이 그만큼 소중하게 여겨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
상대방의 의심이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가공한 이미지를 보여주느라
얼마나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힘들어 했는지 알기 때문에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친구로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이 친절하고
서로 어울리며 즐길만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우리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해해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와 같은 존재가 베푸는
달콤한 동료애와 우정을 즐기는 것이
허용되었던 4년과
내 인생의 나머지를 비교해 보면,
나머지 인생은
한줌의 연기와 재,
어둡고 기괴한 하룻밤에 불과하다.
나는 기운 없이
삶을 질질 끌고 왔을 뿐이다.
(쇼펜하우어)
인생은 너무나 덧없고
확실치 않고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크게 노력할 가치가 없다.
쇼펜하우어가 볼 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무의미한 생존을 위해서
똑같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두더지처럼
생존을 위해서 투쟁을 벌여야 하고
짝을 찾고
자식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덧붙여
극장과 오페라, 콘서트홀을 찾고
밤에 침대에서
소설과 철학, 서사시를 읽을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생에 대한 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원천을
예술과 철학에서 찾은 것이다.
(니체)
긍정적인 것은
부정적인 것들이
성공적으로 다듬어진 결과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으로부터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일구어내지 못하는 사실에
당혹해야 한다.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어리석은 노예들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는데
산의 정상에 오를
배짱이 부족했던 그들은
산기슭에 머물러 있어도
기쁘기만 하다는 철학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무력함은 선함이 되었고
천박함은 겸손이 되었다.
자신이 혐오하는 사람에 대한 종속은
순종이 되었고
복수할 수 없는 것들은
용서가 되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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