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작가의 초기작이다.
감정이 약간은 넘쳐 흘러
다소 거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지금의 최진영 작가가
어떤 혼돈을 거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절판 되었던 이 책이
그렇게 고가로 거래 되었던 거겠지 싶었다.
초기작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순수함 그런 열정 그런 것들...
마음에 와서 박혔던 문장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니
최진영 작가의 마음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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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나를 풍요롭게 하는 만큼 해친다.
해칠 수 밖에 없다.
돌려주세요.
내게서 뺐어 간 그것.
당신이지만 나이기도 했던 그것.
날 살게 하고 혼자이게도 했던 그것.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고,
걱정하는 줄 알면서도 원하는 대로 하고,
나와는 결코 싸우고 싶지 않고,
잘못을 알면서도 스스로 고백하지 않은 것.
그것은 잘못이라기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저 삶이었다. 하루하루였다.
살아 있는 이상 자유는 없다.
죽어서 얻는 것이 자유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이런 경우는 무수히 많다.
모두들 매 순간,
과장이 아니다,
그야말로 매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에
견줄 만한 행위를, 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경험할 때마다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된다.
삽시간이다.
우연히 생겨났으니
우연히 죽을 것인데
우연히 생겨난 주제에
우연히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도
웃긴다.
의심과 의혹이 휘두른 칼날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사랑이라 믿어도 될 만한 것이
들어차는 순간도 있었지만,
칼날이 남긴 상처가 워낙 깊고 짙어
사랑이 들어차는 그 순간 역시
아프고 쓰라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래는 없다.
현재는 순간이다.
기댈 것은 차곡차곡 쌓인 기억 뿐이다.
죽거나 살아야 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이유가 필요하다면,
과거를 뒤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좋아하게 된 이후에만 만들어진다.
그리고 어떤 답을 해도
상대는 어떤 답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겨우 그 정도 이유로
나를 좋아하는가 싶고,
내게 그것이 없다면
나를 좋아하지 않을텐가 의심하게 된다.
일어나려면 일단 앉아야 한다.
걷기 위해선 먼저 멈춰야 한다.
함께하길 원한다면 우선 혼자여야 한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
(작가의 말)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통의 불가능과 타인의 몰이해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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