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동안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류시화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원래도 류시화 시인의 시는
아주 깊이가 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한강 작가의 시를 읽은 후라 그런지
약간 더 가볍게 느껴진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내 생각이 류시화 시인의 생각과
비슷해 진 탓인지
또 다른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도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 많이 있었고
특히
산다는 것, 이라는 제목의 시는
시 전체가 마음에 들어올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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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을 만들어 나간 것만이 아니라
길이 나를 만들어 나갔다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둘 다
나의 방향을 정해 주었다
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사랑을 만난 후의 그리움에 비하면
이전의 감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도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별을 세느라 어둠을 외면했다.
어둠 없이는 별들도 빛날 수 없는 것인데도
주목받는 날들에 찬사를 보내느라
주목받지 못하는 순간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내가 아픔을 돌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픔이 나를 돌본 것이었다
아침을 맞이한 모든 것은, 설령 고뇌일지라도
어둠을 통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멀어지기 위해 잠깐 만난 것처럼
아무 연습 없이 만나
수없이 이별을 연습하며 우리는 헤어졌지
슬픔은 더디게 온다는 걸 알지 못한채
광대는 자기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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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산다는 것,
그건 머지않아 알게 된다는 것
완벽한 기쁨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의 변곡점마다에서
사람에 대한 희망이 옅어져 간다는 것
나날이 웃음이 줄어든다는 것
산다는 것,
그건 또 머지않아 알게 된다는 것
완벽한 슬픔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언제나 슬픔이 들어갈 공간이
조금은 더 남아있다는 것
세상에 대한 절망 대신
곧 사라질 것들과 작별하고
미소 지으며 다음을 맞이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