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 490

이방인

2007/06 예전부터 제목만 들어왔던 유명한 책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열어보니 100여페이지 되는 짧은 소설이다. 주인공 뫼르소의 독백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독백형식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몰라도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인공의 태도가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삶에 집착하는 다른 등장인물들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와 애증관계에 있는 살라마노 영감이나 복잡한 여자관계와 한 여자에 대한 실망과 복수심으로 가득찬 레몽이나 모두 부질없는 것들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나는 또 어떤가 자문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냥 무심한 태도로 삶을 그저 흘러가는 강물 정도로 보는 것 같고 간간히 떠오르는 그때그때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2007/06 이번에는 은희경씨 소설집이다. 대학시절, 고등학교 내내 억눌러왔던 내 감수성에 소나기처럼 퍼붓던 글세례들 아주 시원한 느낌이 들었던... 난 이 작가를 그렇게 기억한다. 하지만 이번 책도 그렇고 은희경씨가 조금 변한 것 같다. 시원한 소나기 같았던 느낌은 사라지고 뭔가 난해하고 복잡한 느낌으로 -------------------------------- 어차피 사람이란 몇가지 유형 안에 속해있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이란 것도 그렇고 그런 종류의 수집 표본이 많아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할걸요? 그러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일요일이 아닌 평일 낮 거리를 돌아다니게 되면 내가 거기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이 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계에서는 종이..

마이너리그

2007/06 은희경씨 장편소설이다. 대학시절이었나... 새의 선물을 매우 감명깊게 읽은 후 앞으로 은희경씨 책은 다 읽어야지 했는데 2001년에 나온 이 책을 나는 왜 그냥 지나쳤던 걸까? 그래 생각해 보면 간신히 졸업하고 간신히 취직하고 수습사원으로 정신없이 지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겠지 그로부터 벌써 6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이제 대기업 과장이 되었고 최근에는 대체 앞으로 뭘해야 하지하는 고민에 아...정말 답이 없다. 삶의 무의미, 권태를 이겨내기 힘들다. 시간죽이기 외에는 정말 답이 없는 것인가? 그냥 질문하지 말고 기대수준 낮추고 그냥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재미있다. --------------------------------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

고도를 기다리며

2007/06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처음으로 읽었다. 책을 읽었는데 생각나는 것은 하이데거였다. -------------------------------------------- 하이데거 중에서 인간은 그 어떤 특별한 의미없이 그저 세계로 내던져진 자 입니다. 이 내던져짐에는 거룩한 신의 섭리도 정해진 운명도 없이 오직 모든 것은 자기자신에게 맡겨져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인간은 일단 자신의 내던져짐에 대해서 그리고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만 맡겨져 있는 것에 대해서 언제나 불안해 하며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서만 존재의 의미가 비로소 밝혀지기 때문에 항상 염려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란 자기자신의 내던져짐과 그리고 맡겨짐에 따라 불안해하고 염려하면서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

조용헌의 사찰기행

2007/05 유교, 도교, 불교를 다 섭렵한 조용헌씨의 사찰기행이다. 독서만큼 멋진 여행은 없는 것 같다. 시간적으로는 물론 공간적으로도 엄청난 거리를 오갈 수 있고 무엇보다 돈도 별로 들지 않고 사고 위험 없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에 의해 극장이라는 컴컴한 공간에 떠밀려 들어와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천변만화의 희로애락 장면을 죽을 때까지 강제로 보야야만 하는 처지이다. 거절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지혜이고 그 지혜는 칼날의 섬뜩함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지혜의 날카로운 칼만이 번뇌를 잘라낼 수 있다.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2007/05 조용헌씨의 방외지사를 읽고 왠지 모를 끌림이 있어 조용헌씨 책을 다 구해서 읽는 중이다. 이 책을 읽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화두는 혹시 그림 그리기가 아닐까? 그림 그리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러 태어난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해놓은 스케치에 그냥 색만 칠하는 사람도 있고 서투르기는 해도 자기 나름의 스케치와 자기 나름의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는 그럼 어떤 쪽인가? 내 인생을 내가 그리며 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스케치는 남들에게 맡겨두고 좋은 물감 고른다 좋은 붓을 고른다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 그런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그림을 내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007/05 대학원 선배인 장길연 누나가 쓴 책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지리산에 들어가서 사는 누나 인간극장에도 출연하고 참 대단하다. 그 누나가 지리산 생활에 대해 에세이 형태로 쓴 책인데 책을 읽고 누나의 생활이 부러워 나도 그렇게 살고 싶게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힘들어 보였다고 할까? ------------------------- 입장의 동일함 그것이 관계의 최고형태입니다.

방외지사

2007/04 방외, 즉 현재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지만 나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방외)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조용헌씨의 글 모음집)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왠지모를 청량감 같은 것이 느껴져 좋았다. 화두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라는 것은 또 무엇인지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 통상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만 불안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불안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자유로부터의 도피였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있으면 한가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오히려 불안하다. 이것이 현대인의 불행이다. 인간..

무심

2007/02 정말 오랜만에 바로 이 책이다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을 만났다. 명상을 통한 수행, 그로 인한 행동의 변화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평이하나 직설적인 문장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살다보면 잊기쉬운 행복의 조건들이 잘 정리된 느낌이다. --------------------------- 우리가 진정 기억해야 할 것은 하늘의 사랑, 땅의 고마움, 타인의 잘못에 앞서 내 마음의 불구,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우리는 모두 완성으로 향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이해는 되지만 싫다 좋다 분별이 있다면 나의 상태가 아직은 바다의 경지는 아니구나 하면 됩니다. 슬프고 힘들고 아프고... 그런 일들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

카스테라

2007/02 박민규 작가 단편소설집이다. 설레임 반 기대 반으로 첫번째 단편 카스테라를 읽어버렸다. 역시 나쁘지 않다. 밝고 톡톡튀는 기발한 표현들 뒤에 약간은 어두운 느낌이 있고, 평론가들은 이것이 8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부채라고 하던데... 뭐 어찌되었건 참 재미있게 읽었다. --------------------------- 아무리 쉬쉬해도 언젠가 인간은 세상이 엉망이란 걸 알게 된다.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즉, 높은 가지의 잎을 따먹듯 균등하고 소소한 돈을 가까스로 더하고 빼다보면 어느새 삶은 저물기 마련이다. 디 엔드다. 아아 자고 싶어요. 그대로 엎드려, 나는 쥐죽은 듯 눈을 감는다. 저는 쥡니다. 죽었습니다. 당신들이 극복하고 싶은 것은, 또 극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