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악인 3부작

2016/09/15 사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너무나 싫어했던 병원이 주로 나오고, 피가 나고, 주된 배경은 캄캄한 밤이고,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를 죽이고 등등 하지만 정유정 작가는 독자들을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그게 탄탄한 스토리 때문인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치밀한 묘사와 문장력 때문인지 우리가 감추고 있는 인간 내면의 惡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주제의식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악인 3부작의 마지막 편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는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었다. 시작부터 피가 흥건한 살인 현장에서 시작하니 또 시작이네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역시 정유정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정말 대단하다. 앞의 두 ..

여행의 문장들

2016/08/27 여행을 가고 싶은데 여행을 못 가게 되는 상황이면 나는 이런 여행 산문을 읽는다. 사람의 깊이란 무엇일까? 짧은 시간에 절대 깊어질 수 없고, 긴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저절로 깊어지는 것이 아닌 사람의 깊이 또는 내공, 그런 건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타고 나는 걸까? 수양과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어떤 사람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하고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그런 어떤 깊이와 내공 어떻게 그런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문득 든 생각이다.

인간실격

2016/07/23 대부분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산다. 내면의 자기를 숨기고 연극을 하듯이 살아간다는 것, 그게 본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일수 있고, 또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결국 다섯번의 자살시도 만에 39세에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이 감성적인 작가가 주변 사람들의 위선적인 태도와 생각없는 행동들에 얼마나 민감하게 상처받았었는지, 이 소설을 읽고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이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 섬세한 마음을 이런 유려한 문장으로 남겨 우리에게 인간적인 고민을 하게 해준다는 것,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너무 한낮의 연애

2016/07/23 2016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 짦은 단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이 감정을 굳이 설명하자면 슬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소설가들 정말 존경스럽다. -------------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마키아벨리

2016/07/23 김상근 교수는 참 글이 쉽고 재미있게 쓴다. 군주론에 대한 해설서인 줄 알았더니 마키아벨리의 전기같은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인데다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약용 같은 이미지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좋은 책을 이렇게 또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 왜 한쪽은 언제나 지배하고, 다른 한쪽은 언제나 지배를 받아야 하는가? 지배를 하는 사람은 이성을 가진 반면, 지배를 받는 사람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울지도 말고, 분노하지도 말자. 역사는 울보에게도, 분노한 자에게도 맡겨지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무엇..

피아니스트 김대진

2016/04/28 손열음, 김선욱, 문지영 등을 키워 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의 말이다. ---------------------------------- 연주자들은 거의 무의식으로 연주해요. 의식은 무의식을 보완할 뿐이죠. 그래서 선생 입장에서는 아주 강하게, 아이가 뼈저리게 느끼도록 야단쳐야 할 때가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깜짝 놀랐을 때 엄마하고 소리치는 아이를 아빠로 소리치게 바꾸는 게 어디 쉽나요. 그런데 그렇게 안하면 무대에서 달라지지 않아요. 호랑이가 될 수밖에 없죠.

채식주의자

2016/04/09 오랜만에 읽는 소설집 단편의 내용이 서로 연결되는 연작소설이라는 것은 처음 읽어본 것 같다. 특이한 것은 책을 읽고 난 다음 뭔가의 감정이 묵직하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느낌?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 아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3.11.09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2016/03/26 꽤 오래전에 산 책인데 이제야 다 읽었다. 국부론을 쓰고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으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기초를 놓은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이라는 이런 멋진 책을 썼다니 약간 충격적이었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부나 명예라는 헤어나올 수 없는 욕망에 빠지기 보다는 지혜와 미덕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지혜는 적절성을 의미하고 (또는 상식에 맞게, 상황에 맞게) 미덕은 신중, 정의, 선행을 이야기한다. 적절성은 중용의 주장과 비슷하며, 미덕과 합하면 맹자의 인의예지와 일맥상통한다. 행복한 인생에 대한 현인들의 지혜는 언제나 한결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많았다. 남 험담하지 말기, 신뢰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나도 신뢰있는 사람이 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