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2015/08/15 정원을 가꾸는 어느 소설가의 일상기록이다. 그냥 부러웠다. 가능하다면 나도 이렇게 살고 싶어졌다. ---------------------- 대부분 사람은 책상에 묶여 있거나, 상품을 판매하거나, 반자연적인 열악한 환경에서 반자연적인 육체노동에 종사하면서 육체와 영혼 모두 죽어가는 인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욕망의 마수에 빠진 야수가 되어 죄악투성이인 생애를 보내야 하는 그런 처지가 되지 않아 다행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풍부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일을 하고 심오한 취미에 빠져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사실을 순순히 음미하고 이해하며 아름다움과 사랑, 위로의 정 같은 것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종까지의 시간을 ..

고수의 생각법

2015/08/11 어제 모처럼 서점에 다녀왔다. 역시 오랜만에 갔더니 이것저것 사고 싶은 책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나는 바둑 관련 에세이는 어지간해서 무조건 사고 본다. 바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 포석, 수 읽기, 수 싸움 등 뭔가 인간사의 축소판 같아서 그래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 문장들 바둑이 내게 가르쳐 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

월정사 템플스테이

2015/08/11 처음 하루 이틀은 이건 아니다 생각하면서 솔직히 3박 4일 내내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 후회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엄격한 규율과 통제, 휴대폰과 지갑 회수, 새벽 3시 40분 예불, 108배, 발우공양,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삼보일배 이렇게 하면 힐링도 되고 머리도 맑아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역시 생각과 실천은 큰 간극이 있었다. 절을 왜 절이라고 하는지 몸으로 알게 되었다. 절을 많이 해서 절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3박 4일간 대략 1,000번 정도 절을 한 것 같다. 가장 기억나에 남는 것은 묵언(嘿言)과 하심(下心),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묵언은 참 편했다. 하루에 말 서너마디가 전부였다. 내가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일류인생

2015/07/27 뉴저지주 뉴어크 시장의 예일 대학교 졸업식 축사 Always understand that first class in life has nothing to do with where you sit on an airplane. First class in life has nothing to do with the clothes you wear, the car you drive or the house you live in. First class is and always will be about the content of your character, the quality of your ideas, the kindness of your heart. 인생의 First Class는 항공기 좌석등급으로 결..

인조실록

2015/07/07 1592년, 1597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고 겨우 30년이 지나 1627년, 1636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당한다. 정말 역사적으로 보면 최악의 시련기라고 할 수 있다. 그 미세한 전개과정을 들여다 보는 것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아직도 마음에 남는 박시백 작가의 한 마디 어려웠던 병란의 시기 무능한 왕과 대신들의 태도를 집약시켜주는 한 문장이다. 생각은 그 자체로 힘이 되지는 못한다.

삼국연의 - 삼고초려

2015/06/04 드디어 제갈공명이 나왔다. 역시 삼국지는 제갈공명이 나와야 재미가 있어 진다. 제갈량의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과 속 시원한 계책들을 보는 재미에 책 넘어가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 담박함에서 그 사람의 차분함을 알 수 있고, 평온함에서 그 사람의 한가함을 알 수 있다. 극히 한가하고 차분한 사람이 아니면 극히 긴박하고 극히 복잡다단한 일을 해낼 수 없다. 격렬한 번개가 한 번 왔다가 가고 노한 파도가 한 번 일어났다가 내려앉는 것과 같다. 한 자 길이의 화폭 안에 이와 같은 천변만환을 다 담을 수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글쓰기도 같다고 생각한다) 선비에도 군자와 소인의 구별이 있다. 군자인 선비는..

휴식

2015/05/02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는 안다. 급성 A형 간염에 걸렸을 때 무조건 입원 원칙이라는 소리를 듣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가만히 누워있으라는 거였다. 집에 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집에 가면 뭐라도 하게 될 테니 그러면 큰 일 난다고 무조건 입원하라고 했다. 아프지도 않은데 입원이라니 여튼 그게 그 병의 원칙이라고 했다. 그렇다. 쉰다는 것은 어디를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건 노는 거다. 쉰다는 것은 그냥 쉬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 말이다. 난 그런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

책상서랍

2015/04/24 회사에 내 책상서랍이 하나 있다. 정말 이상한 것은 분명 깨끗하게 치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것들로 가득해지고 참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왜 이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책상서랍의 특성 상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것들, 언젠가는 쓰겠지 하는 애매한 것들, 책상 위를 지저분하게 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아무렇게나 넣어두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문득, 내 마음도 그런거 아닌가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특성 상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감정들, 언젠가 다시 판단해봐야지 하는 애매한 생각들, 그냥 감추고 싶은 이런저런 것들을 아무렇게나 넣어두니 마치 책상서랍 처럼 복잡해지고 지저분해지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 그렇다면 해결책도 심플하다. 책상서랍을 정기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