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2015년

2015년은 여러가지 일들이 참 많았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대기업 부장이 되었고, 대통령상도 받았고, 부서도 상위조직으로 옮기게 되었다. 좋은 일이 많았던 한 해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었던 2015년이 가고, 이제 2016년이다. 2015년에 책은 많이 읽었지만 강하게 인상적인 책은 의외로 별로 없었다. 1. 마왕 신해철 신해철이 생전에 썼던 글들을 모아놓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편집을 잘해서 그런지 그냥 한권의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만큼 오해도 많을 수 있겠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런 영원한 이별에 직면해서야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지 반성하게 한 책이다. 2.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처음에는 엄청난 재미와 감동을 뒤로 갈수록 지루함에..

올해의 책 2023.11.08

주역 64괘

2015/11/29 11월 한달 내내 하루에 두 괘씩 주역 64괘를 다 공부했다. 나에게 2015년 11월은 주역을 제대로 공부한 달로 의미있게 기록될 것이다. 그간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주역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막막한 느낌도 들었다. 마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 갔는데 눈 앞에 엄청난 평원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주역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큰 그림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모든 것은 변한다. 밖으로는 겸손하게 기쁘게 대하고 안으로는 검소하게 조심스럽게 하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그것이 하늘의 도리이고 사람의 도리이다.

생각하는 늑대

2015/11/01 아는 후배가 본인이 기획/편집했다며 선물한 책이다.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를 잘 안 읽지만, 후배가 만든 책이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마케팅과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책인데, 그냥 일반 소설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은 책이다. 이런 좋은 말도 있다. 사람은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네, 자네에게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어야 해. 분석이란 그 자체로 자신과 대상의 다름을 전제할 수 밖에 없어. 반대로 이해는 서로의 일치를 전제하게 되지. 사람의 마음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분석 따위로 알아낼 수 있는게 아냐.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거라네.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면, 진심으로 그를 사랑해 보게나.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것은 ..

신이 말해 준 것

2015/10/26 교보문고에 들렀다 발견한 책이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데다, 불교서적인지 명상서적인지 정체도 불분명해서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문득 책장을 넘겨보다가 충격적인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당신의 믿음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아 이 정도 문장이면 충분히 살만한 책이다 싶어 바로 구매 명상서적인 것 같은데 이야기하는 것은 불교의 철학적 내용과 유사하다.

햄릿

2015/10/24 고전을 제대로 다시 읽는 재미는 의외로 참 괜찮다.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로다 (1막 2장 146) 사느냐 죽느냐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막 1장 56) 뭐 이런 유명한 문구도 다시 한 번 볼 수 있고, 발렌타인 데이의 기원도 확인할 수 있고 (발렌타인 명절, 4막 5장 48) 저 표지 그림이 누구인지 (햄릿이 좋아했던 오필리아) 왜 저러고 죽어있는지도 알 수가 있게 되었다. 고전을 읽으며 드는 생각 인간의 삶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뭔가 유사한 형태로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400년전 책인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파우스트

2015/09/30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고자 했던 것이 결국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니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 명예, 부, 지식,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는 최고의 가치 아래 부질없어 진다는 이 상황에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 12,111행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놀랍게도 다음과 같이 다소 좀 의아한 말로 끝난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리도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모자라 자기 영혼을 팔아서까지 부귀, 권력, 명예 등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었으나 끝내 불행에 빠진 파우스트 그 파우스트를 구한 것이 결국 순수한 사랑의 표상인 그레트헨이었다는 것이 이 문장의 해석할 수 있는 열쇠 같기도 하다.

달과 6펜스

2015/09/11 서머싯 몸의 대표작 달과 6펜스를 읽었다. 인상파 화가 고갱의 삶을 소재로 쓴 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재미와 의미가 모두 있는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안정적인 삶과 특이하고 열정적인 예술적인 삶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며 끝까지 그 둘 사이의 긴장을 놓치 못하게 하는 정말 걸작이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인간이 만든 모든 예술작품들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낸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인생의 베일

2015/09/08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서머싯 몸 소설 출간 당시로 환산하면 50세가 다 된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의 섬세한 마음과 감정의 흐름을 이렇게 묘사해 낼 수 있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할 정도였다. 희곡 작가로도 유명했던 때문인지 이 책에도 극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남자와의 외도 현장이 발각되는 첫 장면부터 시작해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소설 후반부의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와의 화해 등등 주인공인 키티가 인생의 여러상황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성장해간다는 짧은 요약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재미와 감동이 있는 책이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

금강경 강의

2015/08/18 오래전 사두고 읽지 않았던 금강경을 이제야 꺼내 읽었다. 말그대로 금강석, 다이아몬드같이 소중하고 변함없는 진리를 담은 경전이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명료했다.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구분짓고 차별하는 마음을 없애라. 그것은 고통의 원인이다. 이것을 깨닫고 남에게 전파하는 것이 행복의 길이다.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이나 글로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 세상 모든 이치를 깨달은 다음 그것을 말로 전달하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그래서 한 말을 또하고 또하고 끝까지 반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