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나를 흔든 시 한줄

2015/03/23 요즘은 왠지 시가 읽힌다. 경험과 연륜이 쌓여가면서 함축된 단어를 연결하고 모호한 은유들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드디어 나에게도 생긴건가? -------------------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는 없는 법. 힘겨운 나날들, 무엇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잡놈들 전성시대

2015/03/22 우석훈씨는 88만원 세대를 읽었을 때부터 뭔지 모를 끌림이 있었고, 조직의 재발견이라는 내 기준으로 경영학 서적 중 최고의 책을 만나면서 드디어 내 서재에 별도로 책을 정리하는 나만의 작가 리스트에 올라간 사람이다. 나만의 작가 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쓴 모든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나만의 작가 목록은 다음과 같다. 나쓰메 소세키, 알랭 드 보통, 공지영, 은희경, 박민규, 강신주, 김형경 등 뭐 그렇게 많지 않다. 일년에 한 명 만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우석훈씨가 쓴 책이니 이번에도 역시나 내용도 보지 않고 그냥 샀다. 역시나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이 깔끔한 느낌 이런 작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책 내용이나 주장과는 관계없이 그냥 (심미적인 차..

ZERO to ONE

2015/03/12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 진짜 멋있는 말이 마지막 페이지에 나왔다. 역시나 특출나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만의 분명한 철학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철학이 없으면 그저 이리저리 남들이 사는대로 끌려다니며 살 수 밖에 없으니까, 기껏 노력해봐야 남들보다 조금 앞설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없다. 하늘을 난다던지 해저를 탐험한다던지 새로운 이론을 만든다든지 친절한 사람이 된다던지 따뜻한 사람이 된다던지, 남을 욕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던지 뭔가 이런 확실한 비전이 필요하다 딱 한번 주어진 내 인생의 절대 가치를 생각하면 그런 거 없이 살기엔 많이 슬프다. 문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전공부법

2015/03/08 인터넷 교보문고에 들어갔다 큰 고민없이 산 책이다. 쉽게 술술 읽을 수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 다양한 고전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의외로 간단한 메시지다. 서로 사랑하라 그것만이 너와 세상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공감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 것들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고전이고 인문학이다. 나름 독서가 취미인 나에게는 다음의 표현이 가장 마음깊이 와 닿았다. 책을 읽다가 영혼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의 경험을 꽉 붙잡아야 한다. 그것은 하늘이 내려준 큰 복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 이게 무슨 뜻인지 안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2015/03/03 ---------------------------------- 글쓰기와 관련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로 괴로워하는데 그런 이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말이 있다. 글쓰기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곧 재능이라고.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자신의 재능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글쓰기는 기억이나 사적경험, 감정과 상상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움을 자아낸다. 글을 쓰기 위해 백지와 마주하는 순간, 불안과 두려움이 덮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무런 고통없이 휘리릭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쓰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란 자기가 지핀 불에 스스로 몸을 태우는 다비식이다.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맨땅에 이..

첫 문장

2015/02/26 나는 보고서를 쓸 때 언제나 첫 문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첫 문장이라는 것은 마치 사람의 첫 인상처럼 전체 보고서의 분위기는 물론 심지어 내용의 충실성까지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문장, 첫 문단, 첫 페이지가 제대로 되면 뒤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첫 인상이 좋았던 사람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듯이 말이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소설가 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무척 반갑고 기뻤다. -------------------------------------------------- # 김훈 - 칼의 노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를 두고 몇날 몇일을..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2015/02/23 김형경, 경향신문 오피니언 ----------------------------- 자기 이야기 하기,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그 사람을 회복시켜 계속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만이 그 지점 위에서 삶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기본적인 역량이자 총체적인 능력이다.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해 삶의 비전을 만들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비전을 구체화시키는 방법들을 찾아낸다. 자기만의 인생을 창조하기 위해서 그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역량이 상상력과 창의성이다. 도덕적 용기가 잘못을 바로잡는 일인데 반해 창조적 용기는 변화하는 사회의 새로운 형태와 상징, 패턴을 발견하고..

미니멀리스트

2015/02/22 당장 내 책상의 자질구레한 짐부터 치우기로 했다. ---------------------------------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사기 위해 일년에 수천 시간 일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우리가 잠시 멈춰서 지속적인 소비에 의문을 가져 본다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 대부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성장이 없다면 그리고 타인을 도우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돈과 권력, 지위와 거짓성공의 덫에 걸려 사회적 통념에 충실한 노예의 삶을 살게 될 뿐이다.

예술수업

2015/02/22 예술은 왠지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그런 여유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대로 예술을 자신이 처한 삶과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로 정의한다면, 예술은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딱히 표현할 것이 있을리가 없고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남의 삶을 이해할 여유도 당연히 없으므로 결국 예술작품 창조는 커녕 감상도 제대로 못한 채 그냥 돈버는 기계, 돈쓰는 기계로 전락하여 살아갈 수 밖에 없겠지. 예술을 한다는 것 (창작과 감상을 모두 포함해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조용한 어조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 같은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