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미워하는 마음

2012/05/24 나는 아직도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상당히 유치하고 유아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가끔씩 등장하는 이 미워하는 마음을 참지 못할 때가 많다. 요며칠 이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자주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바람에 나도 그 미워하는 대상도 얼마간 상처를 입었다. 본인이 모를수도 있지만 이 미워하는 마음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든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은 크게 다음의 세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다. 1.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미움을 받고 있는 사람 2. 내가 싫어하는 감추고 싶어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 3. 객관적..

성찰

2012/05/21 물론 일도 많았지만 술도 많이 마시느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매일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일하고 술마시고 그러면서 시간은 정말 빨리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우물바닥을 바가지로 벅벅 긁어 내듯이 하루하루 짜내며 살았던 요즘 나를 충전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소모하기만 했던 시간들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과 휴식이 모두 중요하듯이 나를 채우는데 있어 독서도 중요하지만 사색이나 성찰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우물에 맑은 물이 가득해야만 급할 때 퍼서 쓸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도 안심이 되는 것이다. 충전이 필요하다.

임경선 작가

2012/05/17 오늘자 한겨례 신문 칼럼 임경선 작가 글 정말 잘 쓴다. ------------------------------------------- 사람들은 소설과 영화를 함께 보면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곧잘 저울질한다. 소설 부터 읽고 영화 를 보았을 때 나는 품평할 여유를 잃었다. 내 마음을 꽉 채운 것은 그저 나이 든 이적요 시인의 적나라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읽혀진 시인의 섬세하고 관능적인 내면세계가 스며든 손은 눈으로 보니 단순히 핏줄이 튀어나온 검버섯 무늬의 손이었고, 시인이 입을 열어 고귀한 언어를 말하기 전까지는 엉성한 백발과 주름 가득한 피부, 엉거주춤한 동작과 쭈그러든 성기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나이 듦은 죄는 아니지만 분명, 슬픔이다. 그나마 그는 시인이었다. 그것..

김수영을 위하여

2010/05/02 강신주씨가 김수영을 좋아한지는 꽤 오래전 부터였던 것 같다. 자유로운 인문정신의 화신이라며 너무너무 좋아하시던데 이걸 결국 책으로 냈다. 그간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것에 대한 해설 형식의 글을 써왔다면 이번엔 김수영의 시에 해설을 붙이는 식으로 달라졌다. 그간 강신주씨가 일관되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동일하나 형식이 달라졌고 동일한 메시지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 속 깊은 울림이 있다. ------------------------------------ 온 몸으로 자기만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기만의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독특한 시를 쓸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이가 독특한 시를 쓰려고 한다면 이는 단지 거짓 제스처에 불과하다.

에픽테토스

2012/05/01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들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들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소유물, 평판, 지위,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지 않는 모든 일이다. 게다가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들은 본성적으로 자유롭고 훼방받지 않고 방해받지 않지만,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들은 무력하고 노예적이고 방해를 받으며 다른 사람들에 속한다. 그러므로 만일 네가 본성적으로 노예적인 것들을 자유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것에 속하는 것들을 너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는 장애에 부딪힐 것이고 고통을 당할 것이고 마음이..

금강경

2012/04/02 The Diamond Sutra 다이아몬드가 처음으로 보석으로 인정되었던 곳이 인도라는 것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인도에서 책 이름에 최고의 보석이라는 다이아몬드를 붙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어떤 말씀보다 더 높은 경지의 변하지 않는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 2009년에 이 책을 샀을 때는 잘 읽히지 않던 문장들이 2012년이 되니 잘 읽힌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른 것이겠지. 책은 다 읽었는데 뭘 읽었는지 정리하자니 참 막막하다. 그냥 이런 생각들이 왔다갔다 할 뿐, 진리, 마음, 꿈 특히, 마음과 꿈은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화두가 된 말이다. 잘 생각해보면 마음과 꿈이 같다라는 것이 내가 얻은 깨달음이다. 사람들은 통상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

택시 기사의 예언

2012/04/01 지난달 그러니까 3월 28일에 있었던 조금 특별한 경험을 적어보고자 한다. 포스코 인사부문 벤치마킹을 하고 포스코 사거리에서 강남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탄 택시, 나 말고도 3명이 더 같이 탔는데 오늘 길에 생년월일 이야기를 하다가 내 생일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기사가 75년생이냐 묻더니 다음과 같은 말들을 줄줄 늘어놓았다. - 참 좋은 사주를 타고 태어났다. - 뒤에서 빛이 난다. - 높은 자리까지 올라 갈 큰 사람이다. - 옆에 있는 분들, 이 사람하고 가깝게 지내라. - 절대 피해를 주지 않고 도움을 줄 사람이다. - 앞으로 한 두명이 귀찮고 힘들게 할 것이다. - 그냥 무시해라. 범상치 않은 인상에 말도 어눌하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대화 태도에 오히려..

깊은 울림

2010/04/01 사람이 사람에게 깊은 감동이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으려면 보통 사람이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힘든 아주 깊은 고통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보통 사람이 이겨내기 힘든 고통은 두가지 형태로 가능할 것 같다. 고통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엄청나게 여리고 섬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거나 그래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예술가, 음악가, 미술가, 소설가 등등은 마음이 엄청나게 여리거나 큰 고통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나를 포함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나름 노력을 한다면 공감까지는 줄 수 있어도 감동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프로와 아마추어

2012/03/25 오늘은 거의 6개월여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었다. 드디어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 편안한 오후 소파에 누워 프로야구 중계방송 보는 것, 세상 아무걱정 없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보는 이것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 그건 그렇고 방송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정리하고 넘어갈까 한다. 요즘은 시범경기시즌이라 주전선수들도 나오고 후보선수들도 테스트 삼아 같이 나오고 그런다. 자연스럽게 이 주전 프로선수들과 아직은 후보 아마추어 선수들을 비교하게 되는데, 이건 오래전부터 봐도 똑같은 모습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누가 봐도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자신감과 여유다. 눈빛과 태도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 이거는 잘하..

날 사랑하여요

2012/03/18 겨우내 꽃을 많이 보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꽃천지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의 예쁜 시선이라 그런지 작고 예쁜 꽃 사진이 한 가득이다. ---------------------------------- 알아차리는 만큼 내 세상이란 것 알았습니다. 꽃이 어여쁜 것도 새 소리가 고운 것도 안개가 아련히 피어오름도 바람결이 부드러운 것도 물소리가 맑은 것도 숲속의 상큼한 공기도 ------------ 일어난 생각하나 고요히 거둘 줄 알고 고요한 가운데 다양하게 생각할 줄 알며 좋은 생각을 힘있게 써먹을 줄 안다면 멋진 사람이 아닐까요? ------------- 한련화 처음 본 꽃인데 보색대비가 매우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