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창비 시선 500권 발간 기념집이다. 이대흠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정희성 아쉽기는 해도 더 짙어지기 전에 사랑도 거기까지만 섭섭기는 해도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 전동균 이 작은 가슴에 어떻게 바다와 사막이 함께 출렁이고 사랑은 늘 폭탄을 감추고 있는지 헛된 꿈들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 왜? 왜? 왜?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노향림 그 길 미로처럼 얽혀 있어도 섦디설운 이름 하나 기억 하나 돌아오겠지요. 손택수 어떤 사람은 얼굴도 이름도 다 지워졌는데 그 눈빛만은 기억나지 눈빛 하나로 한생을 함께하다 가지 이문재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

읽는 즐거움 2024.04.20

선율 위에 눕다

---------------------------------- 우리의 빛나는 생각과 시선은 늘 자기 자신을 향해야 한다. 누가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그것이 내게 빛이라면 그것은 여전히 빛이니까 인간의 삶은 장대하고 필히 괴로우나, 그럼에도 언제나 그 안에는 가끔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또 살다가 죽음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슬픔은 안개와 같다. 시간이 지나면 어렴풋해지고 언젠가는 거두어진다.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잔상을 떠올리면 어떤 향기를 맡게 된다. 인간이 기억할 수 없는 순간까지 계속 그 곁을 맴돌 향기로. 저 너머를 또렷하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일렁이는 공기의 결, 별것 아닌 현실을 깨기 싫은 꿈으로 만드는 몽환은 사..

읽는 즐거움 2024.04.19

중경삼림

중경삼림 화양연화와 비슷한 느낌일까하고 본 영화다. 주말에 영화 한편씩 보는 것이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화양연화와 비슷하게 영상도 화려하고 영화음악도 참 좋다. 캘리포니아 드림은 사랑이 시작되는 설렘이 느껴지고 몽중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즉 꿈과 현실이 구분이 안되는 그런 어떤 경계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할까 한번 보고 이해가 잘 안되어서 두번을 봤는데, 영화 두번 보는 것, 의외로 괜찮았다. 처음볼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대사들도 더 잘 들어온다. ---------------------------------- 당신은 매일 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지만 아마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

보는 즐거움 2024.04.15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창비시선 500권 출간 기념 401권부터 500권까지 출간한 시인들이 추천한 시를 묶은 책이다. 시인들이 선택한 시라서 그런지 내 수준 낮은 감성으로는 해석도 안되고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그런데 거의 뒷부분에 이르러 김용택 시인의 이란 시를 만났다. 시는 너무나 예리한 문장이라 그 당시 그 상황에 정확히 맞는 감정이 아니면 읽히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그 당시 그 상황에 정확히 맞는 시라면 감정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랑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개월은 어디다 마음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돌아..

읽는 즐거움 2024.04.15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시집의 제목도 좋았고 책 표지도 예뻤지만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시인이 외국어로 쓴 시가 많아서 그랬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번역의 과정을 거치며 전혀 다른 글이 되는 것 같다. ----------------------- 나는 꽃을 믿듯 세상을 믿는다. 그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상에 대해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그저 세상과 조화하라고 만들어졌다. (페르난두 페소아) 걷잡지 못할만한 나의 이 설움 저무는 봄 저녁에 져가는 꽃잎 져가는 꽃잎들은 나부끼어라 (김소월) 꽃 필 때는 안 오셨으나 잎 필 때는 안 오셨으나 열매 맺을 때에야 설마 아니 오실까 오늘도 나는..

카테고리 없음 2024.04.11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

법륜스님의 반야심경 강의 책은 꽤 오래전에 샀는데 이제서야 다 읽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이 참 좋았어서시 반야심경도 나오자마자 일단 샀지만 바쁜 일이 많아서였는지 마음의 상태 때문이었는지 잘 읽히지 않았다. 반야심경의 내용으로 보면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이므로 내 마음의 상태가 이 책을 읽을 어떤 상황이 아니었나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알게 된 사실 이 세상은 모든 것들은 그것이 물질이든 감정이든 모두 실체가 없는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니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되는 것, 그것이 깨달음인 것이고 내가 당연히 깨달음을 얻은 사람까지는 아니니, 이 책의 내용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왠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 책에..

읽는 즐거움 2024.04.09

그녀 (Her)

따뜻한 슬픔 이런 감정이 가능하구나 ---------------------- 가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미 다 느낀 것 같아 그럼 새로운 느낌 없이 덤덤하게 사는거지 그냥 이미 다 느껴봐서 그런지 시큰둥 해 그러다 난 깨달았어 난 그때의 일을 나한테 문제가 있는걸로 기억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거지 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라고 과거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아기야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미치게 돼 사랑이란게 원래 좀 그렇잖아 세상이 허락하는 유일한 미친짓이랄까 그 점을 제일 사랑해요 단조롭지 않은 것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알면 알수록 새롭달까? 난 당신 거면서 당신게 아냐 말하자먼 당신이라는 책을 읽는건데 그 책을 난 깊이 사랑해

보는 즐거움 2024.04.08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작가를 지금의 작가로 만들어 준 첫번째 책이다. 언제나 처음이란 조금은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 있지만 풋풋함 또는 순수함에 약간의 불안함도 느껴진다. 그런 모습의 최진영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2010년에 나온 책인데 놀랍게도 최근에 나온 소설들에서 보이는 최진영 작가의 스타일이 그대로 느껴진다. 문체나 문장도 그렇지만 세계관이나 철학, 작가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아련한 정서까지 그러고 보면 역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변하기에 인생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을 수도 ------------------------------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밤 뜬눈으로 지새워도 밤 천을 천번씩 세는 내내 밤이다가 아주 잠깐씩 환해질 때가 있었..

읽는 즐거움 2024.04.06

명화의 탄생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보는 즐거움으로 분류해야 하나 읽는 즐거움으로 분류해야 하나 이것은 정말 행복한 고민이다. 그림을 소개하는 책 여러권 봐 왔지만 이렇게 화가의 삶과 연결해서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화가의 삶을 소개하는 글 자체도 물론 좋았지만 그 글이 묘사하고 있는 바로 그 화가의 삶이 투영된 그림들을 아주 많이 소개하고 있는 점 또한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제서야 그림이 제대로 보이는 느낌이다. 역시 사람을 먼저 이해하고 다른 것들을 봐야하는 것이었다. (르네 마그리트) 어쩌면 우리는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표현하려 해도 결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현실에 비하면 표현과 이해는 언제나 무기력 합니다. 먼 나라의 전쟁은 어떻고 백..

읽는 즐거움 2024.04.02

폴링 인 폴

백수린 작가의 책을 최진영 작가의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은 것은 아무래도 때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최진영 작가의 죽음과 사랑에 대한 눅진한 문장 대비 백수린 작가의 글은 뭔가 가볍게 날리면서 무난하긴 하지만 주제의식을 찾기가 어렵다. 주제와 문장의 이슈라기 보다는 그저 때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 때때로 우리는 타인과 조우하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며, 그 착각이 주는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를 길 잃은 사람처럼 헤매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삶이란 신파와 진부, 통속과 전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해질 수 밖에 없는 것들에 의해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익숙한 얼굴의 이웃만큼만 친밀했고, 오래전에..

읽는 즐거움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