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심리학자의 인생상담실

2017/12/04 악의 근원은 집착이다. 그것이 탐욕이든 분노든 중생은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애쓰고 세월이 얼마 지나면 사라질 것들을 영원히 간직하려 아등바등하며 끝내 인생을 그르친다. 흔들리는 마음을 지금, 이곳에 붙잡아 두고 달래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훈련하지 않으면 마음은 본능적으로 과거로 달려가 불쾌한 기억을 끄집어 오거나 미래로 달려가 실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참다운 삶이란 별게 아니다. 지금 이곳에 머무르면서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마음을 모아가는 삶이다. 부정적 편향성을 긍정적 편향성으로 전환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변화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꽈배기의 멋

2017/11/20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이 땅에서의 삶의 전제조건이다. 이러한 생각이 햇살처럼 꾸준히 마음을 비추면 얼음처럼 견고했던 헛된 희망도 쓸데없는 꿈도 스르륵 녹게 된다. 인생은 담백해지고, 바라는 건 소박해지고, 일상은 간결해진다. 소유에 대한 집착도 줄고,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준다. 원래 내 것은 없었기에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아무튼, 서재

2017/10/21 아무튼, 피트니스에 이어 두 번째 읽은 아무튼 시리즈 앞으로 이 시리즈가 몇 권까지 나올지 모르겠고 내가 몇 권을 읽게 될지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 참 괜찮은 것 같다. 자기만의 키워드를 정하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려내는 자기만의 세상 상상만해도 멋지고 부러운 일이다. 특히 이번 서재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키워드라 더욱 부러웠다. 나도 나만의 서재를 가지는 것이 지금 가장 바라는 꿈이기 때문이다. ------------------------------- 명창정궤 (明窓淨几) 햇빛이 잘 비치는 창 아래 놓여있는 깨끗한 책상 ------------------------------- 이런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 공간만큼 정결한 마음을 가지고 무언가를 읽..

아무튼, 피트니스

2017/10/20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 이 아무튼...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정리한 글이다.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라나, 기획 의도만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실제로 책을 읽으면 저자의 기쁨과 즐거움이 확실히 느껴져 책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 즐거움에 맞게 책 디자인도 아주 가볍고 경쾌하다. 그래 맞다 누구라도 자기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되는 뭐 한 가지라도 있겠지, 그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이고, 거기서만 느껴지는 특별한 기쁨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그런 것이..

크눌프

2017/07/17 책의 분위기나 내용으로 봐서는 헤세가 만년에 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초기작이다. 심지어 나보다 약간 어린 나이인 38세에 쓴 책 짧은 소설이지만 소설이 주는 깊은 맛은 장편 소설 못지 않다. 감동적인 문장들도 너무나 많다. 어느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은 단 하나 뿐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전체 인생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단 하나 뿐인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또 조금 더 낫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깨달은 소설을 읽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

순수의 시대

2017/10/13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처음 100페이지까지는 읽기가 힘들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아주 몰입해서 읽었다. 갑자기 웃거나, 혼자서 탄식하게 되고, 때로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일어나 서성이게도 하는 그런 마법같은 일이 책 읽는 내내 계속되었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색한 직역도 많았지만 원문의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그런 서툰 느낌이 오히려 장점이 되었고 어색한 번역 때문에 문장을 곱씹어 보게 되면서 더 깊은 감동을 할 수 있었다. 여성작가의 글을 여성번역가가 번역한 책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글을 쓴다고 다 같은 글이 아니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

적과 흑

2017/09/27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가치를 잃는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순수한 사랑 뿐 거의 200년 전에 쓰여진 프랑스 소설을 읽고 이렇게 감정이 먹먹해지다니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어디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거의 숨 쉬는 것도 잊을 만큼 몰입했으니 말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밀려오는 이 숨막히는 느낌, 이런 감정의 요동은 독서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아주 행복한 경험이다.

사랑의 모양

영화를 다 본 직후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 그런지 감상을 글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정말 배경 음악이 계속 떠오른다. 아마 You'll never know 사랑은 무미건조한 일상을 뒤흔들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 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으로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일상의 기록 2023.11.15

동급생

2017/09/14 소설가 김연수씨가 기고한 글을 보고 사서 읽은 책이다. -----------------------------------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을 떠올린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아니었어도 전쟁 전의 유럽이 그토록 평화롭고 풍요롭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이처럼 벨 에포크란 그 시절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야 회상할 수 있는 무엇이다. 이는 끝나기 전까지는 벨 에포크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번의 인생이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잘 살아가는 방법은 이미 살아본 것처럼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