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17/09/14 언젠가는 읽어야지 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이 책은 책의 시대적 배경인 프라하의 봄 같은 역사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고 철학이나 미학에 대한 기본 소양도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조금 어려운 책이었다. 게다가 군데군데 번역도 좀 어렵게 된 부분이 있어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난해함 속에서도 뭔가가 분명히 느껴졌다. 사실 어제 저녁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만해도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뭔가가 분명히 있는데, 대체 그게 뭐지, 이런 저런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문득 아침 출근길 이런 메시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여러번 되새겨 봐도 책이 전하고자 했던 것이 이 메시지가 맞는 것 같다.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 조금은 가볍게 조금 더 즐겁게 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서울편

2017/08/29 창덕궁 후원 존덕정이라는 정자에 정조가 쓴 글이 있다. 재위 22년, 세상을 떠나기 2년전인 1798년, 47세의 정조가 쓴 글이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가끔씩 어떤 글에서는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마치 정조가 정자에 앉아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말로 큰 행복감이다! 리더십,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만천명월주인옹 자서 (萬川明月主人翁 自序) 나는 물과 달을 보고서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를 깨우친 바 있다. 달은 하나 뿐이고 물의 숫..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2017/08/25 올해 초 반 정도 읽었던 책을 어제 다 읽었다. 지난 번에는 좀 지루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아주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역시 독서도 타이밍이라는게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런지 무엇보다 이 글이 확 다가왔다. 자기인식이 깊이를 더해가면서 우리는 결국 매우 중요한 통찰에 이르게 된다. 즉 나는 내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감정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의 본질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감정이라는 것은 순간순간 왔다가 사라지는 일종의 허상과 같다는 것인데, 이렇게 인식을 하게 되면,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걸 ..

서점이 이상해지고 있다

2017/08/16 사실 얼마 전 부터 서점이 좀 이상해졌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왠지 감흥이 없다 예전같지 않다라는 느낌이었고 읽을만한 책이 별로 없네? 라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책들이 전반적으로 좀 가벼워졌다고나 할까? 구체적으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책들은 여기저기 여러 책들을 짜깁기했거나 어디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단순히 모은 것이거나 그냥 블로그에 쓸만한 정도의 감상문 수준이거나 외국에서 인기있었던 책을 번역한 것이거나 하다는 것이다. 하긴 뭐 요즘 누가 책을 읽나, 인문학이 무너졌다는 소리가 나온지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는데 괜찮은 책을 쓸만한 저자들이 있기나 하겠나, 그러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게 출판업계에서 보기에는 심각한 상황인가 보다. 아 그래 그러고..

바깥은 여름

2017/07/27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시기라 그런가 책의 제목부터 참 맘에 든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괜히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것이 아니었구나 싶다. 책 전체적으로 전체적으로 서늘하고 우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바깥은 여름인데 말이다. 김애란 작가는 참 섬세한 감정을 잘 묘사해내는 것 같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싶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문득 지나치거나 이건 뭐지 하고 넘어가버렸던 감정들을 여지없이 집어내 글로 풀어낸 다음 이렇게 말한다. 이 감정, 이런 느낌 맞죠? 소설을 읽으면 처음에는 그냥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는 느낌이 들지만 점점 소설속 주인공들에게 몰입하면서 부터는 내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래 그렇다면 내 인생은? 나에게도 이런 일 일어날 수 있는거 ..

따귀맞은 영혼

2017/07/24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를 쓴 한수희씨가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 해서 읽은 책이다. 앞부분은 정말 좋았고 중간중간 좋은 글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제별로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책의 구성이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생각보다는 조금 지루하고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여튼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마음상함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책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마음상함의 문제를 대할 때면 나는 매우 복잡한 심정이 된다. 왜냐하면 마음상함을 많이 당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남에게 마음상함을 많이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나는 아직도 참 미숙하다. 나는 마음상함을 당해면 강한 자존감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거나 가볍게 무시하거나 ..

앵무새 죽이기

2017/07/21 어쩌다보니 1900년대 초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두 권을 연속으로 읽었다. 하지만 스토너의 엄청난 감동 탓인지 이 책은 실망이 컸다. 분명히 번역을 좀 다듬고 고친 책이라고 했는데 스토너에 비해 번역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Oh my God을 오 나의 하나님으로) 번역도 번역이지만 내가 미국 문화나 당시 사회상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깊이 몰입하지 못한 것도 실망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약자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믿음 이런 주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흑백 갈등이나 유태인 차별 등은 와 닿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나온 멋진 말들은 충분히 기억하고 실천할 가치가 있다. 정리하다보니 다 주인공 남매의 아버지가 한 말이..

라틴어 수업

2017/07/20 만약 내가 지금 대학생이었다면 훨씬 더 깊게 감명을 받았을 것 같은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인 한동일 교수는 참 괜찮은 어른인 것 같다. 생각이 참 따뜻하고 올바르다. 그리고 그 생각을 어린 사람들에게 잘 전달해주기까지 한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이겨낸 사람들에게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 내 안의 땅을 잘 다지고 뿌리를 잘 내리고 나면 가지가 있는 것은 언제든 자라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 것 없게 만듭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습니까? 자신을 가엾게 여길 줄 모르는 가엾은 인간보다 더 가엾은 것이..

오직 두 사람

2017/07/18 김영하씨의 단편소설집이다. 단편소설집은 사실 내가 처음으로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던 대학 시절에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형식이었다. 긴 소설은 작정하고 읽어야 하지만 단편소설집은 아이스크림 하나씩 골라먹듯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그 나름의 메시지가 있기 떄문이다.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윤대녕, 성석제, 공선옥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김영하씨의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대학시절 그 느낌이 느껴졌다. 단편 하나하나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짧게 짧게 여행을 다녀오는 그런 상큼한 느낌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글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드는 김영하씨의 글 솜씨에 저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경제, 알아야 바꾼다

2017/07/18 이제 성장 주도의 사회에서 성숙한 사회로 가야만 한다. 분명 고통이 많이 따를 것이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른다.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나 부터 바뀌려고 노력해야하고 내 주변부터 바꿔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 민주화를 다룬 부분이 나에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었지만 우리나라가 사회를 움직이고 조직을 움직이는 방식은 조선시대나 일본의 군대에서 배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따르는 명령문화인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의 조직운영에 이상한 것이 참 많다. 그 중 하나가 나이 든 사람이 일을 너무 안한다는 겁니다. 권력이 지나치게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