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2019/07/30 2012년에 나온 책인데 앞부분 조금 읽고 방치했던 책을 오늘에야 다 읽었다. 그저께 이사를 했고, 그렇게 나만의 서재가 생긴 기쁨에 왠지 끌렸다고 해야할까? 생각해보니 이 책을 샀을 때만 해도 아 나는 언제 나만의 서재를 가져보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 토요일 이사 후 월요일까지 삼일간이나 책을 정리했다. 대략 3~4천권이 되는 것 같다. 이 책들에 투자한 돈이 고급 외제차 한대값은 되는 것 같은데, 별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책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이렇게 남아서 내 인생을 추억하게 하는 소재가 되기도 하니 정말 남는 장사라 생각된다. 이 든든한 과거를 바탕으로 남은 인생 더 즐겁고 풍부하게 ..

책 읽기 원칙

2019/07/01 집에 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안되겠다. 그리고 아무리 감명 깊게 책을 읽어도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책 읽기를 시작한지 벌써 15년쯤 된 것 같다. 이제는 내 나름대로의 책 읽기 원칙을 정하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일단 책을 신중하게 고른다. 서점에 가서 최소 100페이지 이상 읽고 산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계속 읽을 책인지 중간에 포기할 책인지는 100페이지까지 쉽게 읽히느냐 아니냐로 결정된다. 책을 다 읽는다. 단, 책을 접거나 낙서하지 않고 최대한 깨끗하게 본다. 그리고 두 가지로 구분한다. 1) 중고서점에 판매할 책 2) 두 번 읽고 간직할 책 이렇게 하면 집이 이런저런 책들로 가득 찰 염려도 없어지고 괜찮은 책을 중고로 나눠볼 수도 있으며 좋은 ..

황동규 시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버릇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사람들은 흔히 사랑 혹은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정의 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착각의 도도 높아진다.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애정을 쏟았으나 상대방이 몰라주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동기야 어떻든 일단 있는 그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그 사랑은 다른 사람, 다른 사물에로 확대된다. 어두운 건물들 뒤로 희끗희끗 눈을 쓴 채 석양빛을 받고 있는 북악(北岳)의 아름다움이 새로 마음에 안겨온다.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풍경을 우리의 어두운 마음의 풍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왔던 것..

일상의 기록 2023.11.20

배낭하나 달랑메고

2019/06/28 내가 기억하는 한 내가 제대로 읽은 첫번째 '어른들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얼마나 감명 깊게 읽었던지 무려 1988년 초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보고 언젠가 나도 꼭 유럽 배낭여행을 가야지라고 수 차례 다짐 했었고 실제로 대학 3학년인 1996년에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으니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이 책을 보면 딱 맞는 말이다. 지난주 책장을 정리하다 이 책을 발견하고 잠시 감회에 젖었었는데 책이 너무 낡았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더니 알라딘에서 심지어 새 책을 팔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1988년 나온 책을 아직도 새 책으로 팔고 있다니 설마하는 마음에 구매하기를 눌렀는데 아 이런, 실제 구매까지 되었다!! 그런데 오늘 그..

살구

2019/06/26 올해 들어 처음 살구를 먹었다. 살구라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름도 매우 특이하다. 처음 먹는 살구여서 그런가 오늘 먹는 이 살구는 뭔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초등학교 때 살구를 따 먹던 기억도 나고 아 그리고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살구꽃도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살구꽃이 매화하고 비슷한데 그래서 살구와 매실이 비슷하게 생겼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른 봄에 핀 예쁜 살구꽃이 만들어 낸 결실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맛있게 먹었다. 살구씨,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책 정리

2019/06/24 언젠가 한 번은 했어야 하는 일인데, 귀찮기도 하고 엄두도 안나서 계속 미뤄왔던 책 정리를 이번 이사를 계기로 정말 대대적으로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권도 못 버릴 것 같았는데 일단 버리자고 마음을 먹고 하나하나 골라나가다 보니 라면 박스로 열박스나 버리게 되었다.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나 개인적으로 선물받은 책은 절대 버릴 수가 없었고 주로 살 때는 괜찮아보여 샀는데 막상 읽어보니 별로였던 책, 억지로 억지로 읽었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책, 그냥 여기저기에서 얻은 책, 이런 것들이 버릴 책으로 분류되었다. 여하튼 결국 내가 집에 가지고 있는 책 전체를 한번 다 훑어보게 되었는데 그 책 리스트를 보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9/06/22 요즘 이런 영화가 이상하게 끌린다. 뭔가 잔잔하고 편안하고 그러면서 힐링이 되는 내가 힘든 상황에 있는건가? 도쿄 근처 작은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그냥 일상적인 풍경을 그린 영화인데, 아 이런, 끝까지 다 봤다. 자극적인 영상이나 사건 하나 없이 그냥 그냥 흘러가는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었던가 지난번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이 영화까지 아주 힐링의 연속이다. 둘다 일본 만화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인데, 이런 류의 만화라면 좀 사서 봐야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멋진 대사도 나온다. -------------------- 아름다운 것들을 아직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뭔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리틀 포레스트

2019/06/11 나는 금요일 밤에는 아주 늦게까지 TV를 본다. 잠도 안온다. 토요일은 조금 늦게 출근해도 되니 내 몸이 알아서 그렇게 움직인다. 지난주 금요일 밤 역시 늦게까지 TV를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일단 영화속 풍경이 너무 예뻐서 보게 되었고 시골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빠져들어 끝까지 보고 말았다. 정말 별거 없이 계절마다 농사짓고 음식해먹고 그렇게 느릿느릿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는데 기대이상 아주 큰 힐링이 되었다.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불행 피하기 기술

2019/06/03 정말 읽을 생각 전혀 없던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의 원색으로 그린 촌스러운 삽화까지 누가 봐도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로 보이는 책을 뭐하러 읽겠는가 그러던 중 김정운 교수의 신작을 읽다가 이 책의 저자가 김교수 자신과 철학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고, 그 말 때문에 결국 이 책까지 찾아 읽게 되었다. 책 초반에는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들이라 실망했었는데 뒷 부분으로 갈수록 아주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물론 저자의 철학 때문이라기 보다는 저자가 소개하는 스토아 철학 때문이라고 보는게 더 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여튼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엄청난 영감을 얻게 되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큰 행운이자 순수한 기쁨이다! 또한..

대관람차

2019/05/23 나는 사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왜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는데, 가장 그럴 듯하게 내린 결론은 (물론 합리화지만) 감독이 이미 만들어 놓은 방향과 속도에 휩쓸려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서이다. 2시간 남짓 제한된 시간에 그 많은 메시지들과 영상들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그냥 피곤하다고나 할까? 솔직히 말하면 영화관에 가는 것이 귀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요새 본 영화 몇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제 봤던 '자취,방'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 본 '대관람차'도 그렇고 감독이 만들어 놓은 영화적 현실에 몰입하게 되고 그 잔상이 남아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한 두개 영화를 보고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되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