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피리 846

사랑의 모양

사랑의 모양 원제는 The Shape of Water 물의 모양인데 왜 번역이 사랑의 모양인가 사랑의 모양으로 번역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가 사랑은 마치 물과 같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수 없고 사전에 그 모양을 정할 수 것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벽한 사랑의 모습이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두 존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 서로 닮아가는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도 해주고 있다. 영화 초반에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 약간은 거북하고 또 이해 안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다소 난해한 설정으로 복잡해 보였으나 이 영화는 결국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

보는 즐거움 2024.01.29

어나더 어스

어나더 어스 아이 오리진스와 비슷하게 어두운 분위기에 철학적 메시지도 가득해서 봤더니 아이 오리진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한순간 내 인생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엉망진창 뒤죽박죽 되어버린다면 그렇게 깊은 고통 속으로 던져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아니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에게는 이 영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그 여정에 대한 이야기로 보였다. 내가 받아야 할 죗값도 받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도 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그런다고 그 사고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지 않을 뿐더러 그 사고의 여파가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두개의 지구에 대한 상상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 사고를 모르는 이 사고를 내지 않았던 또 다른 ..

보는 즐거움 2024.01.29

아이 오리진스

아이 오리진스 이 영화를 본 지는 한참 되었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을 기준으로 첫번째 본 영화인데다 그 여운과 잔상이 길게 남은 영화라 뭔가 글로 남겨둬야 할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전생이나 환생, 윤회 같은 그런 인간의 과학적 지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과연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가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눈의 모양 즉 홍채가 같은 사람이라면 공간과 시간을 떠나 같은 기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즉 사람이 같은 사람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언뜻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영화적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들을 활용해서 이 이야기가 실은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죽은 사람이 다시 환생하고 시공간을 넘어 같은 기억을 가..

보는 즐거움 2024.01.2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탈리아 북부 한적한 시골 마을 초여름의 따뜻하고 밝은 햇살 높고 파란하늘 고즈넉한 풍경 넉넉한 인심을 가진 순수한 사람들 그런 곳에서는 시간도 매우 느리게 흘러가고 마음도 여유로워질 수 밖에 없고 사람의 감정 역시 잠금장치 없이 풀어져 흘러넘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넘친 감정은 그런 한적한 풍경과 대비되어 너무나 격정적이고 너무나 안타깝고 그리고 늘 그렇듯이 슬프다. 동성간의 사랑이 이성간의 사랑보다 훨씬 더 섬세할 수 있고 훨씬 더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대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설렘과 그 어쩌지 못하는 흔들리고 어지러운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한 걸작이다. 이성간의 사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부분은 서로 각자의 이름을 서로에게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보는 즐거움 2024.01.29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축복

요즘 출판업계에서는 책 제목을 잘 짓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의 관심이 워낙 감각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럴싸한 책 제목이 좋은 내용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 책 역시 제목에 끌려 산 책인데 내용은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다. 하지만 네팔의 웅장하고 감동적인 자연환경들을 담은 사진들과 몇가지 문장들은 건져 갈 수 있는 수준이다. -------------------------------------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면 쉽고 간단한 방식이 아니라 조금은 어려운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지만 한 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에 배려와 자비를 실..

읽는 즐거움 2024.01.29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씨가 최근 출간한 단편집을 읽고 서재에 꽂혀있던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어서 일단 사두었고 조금 읽다가 말았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데뷔 초반의 단편들은 신인작가라 그런지 마치 풋과일처럼 깊은 맛은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좋아지더니 마지막 단편에서는 최은영씨의 색이 완전히 드러난다. 이렇게 완성이 되었구나하는 최은영 작가의 성장과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생각해보니 이 책을 샀던 2018년에는 내가 이런 감성적인 문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런 상태였다.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였고 임원이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절치부심하던 때였으니까. 여튼 이 책은 최은영 작가의 풋풋했던 시절 문장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의미가 있는 책이다. ------..

읽는 즐거움 2024.01.29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작가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예전에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소설집을 조금 읽다가 큰 끌림이 없어 밀어 두었었는데 (다행히 버리지는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축적이 있었던 것인지 어떤 고통과 그 고통에 따른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섬세하고 공감가는 글을 쓴다. 요즘의 내 감정이 최은영 작가의 문장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멋진 책을 만난다는 것 그 자체가 엄청난 기쁨이다. 최은영 작가의 글을 읽으며 한동안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나도 마음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언어화될 때 행복했고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읽는 즐거움 2024.01.29

헌책방 기담 수집가 2

역시 괜찮았던 책의 후속으로 나오는 책은 별로일 가능성이 높다. 읽을 책이 다 떨어져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역시 별로다. 첫번째 책으로 내 기대수준이 높아진 탓인지 서둘러 내느라 뭔가 조급했던 탓인지 여튼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저자인 윤성근씨는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책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인연에 대해 직접 경험을 통해 느끼면서 인연에 대한 자기만의 아름다운 생각을 잘 정리한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글로 나타난다. ------------------------------------- 저는 세상에 우연이란 건 없다고 봅니다. 우연처럼 보여도 일어나야 할 일이니까 일어난 것일 뿐, 그걸 겪은 사람이 끝내 이해할 수 없어도 그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우연으..

읽는 즐거움 2024.01.27

이처럼 사소한 것들

아일랜드 소설가의 책은 여태껏 본적이 없었으므로 부커상 후보였다고도 했기 때문에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산 책이다. 아일랜드도 유럽이니 뭐 평화스럽고 한가한 그런 좋은 이야기겠지 싶었으나 책 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던 아일랜드 전역의 수녀원에서 자행한 미혼모와 그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소설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소설이 재미있을 수 없고 의미도 찾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 작가 특유의 무언가가 이 책을 꽤 괜찮은 책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해야할 고발이라도 감성적으로 세련되게 할 수 있어야 그 고발의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강씨의 소설도 그랬고 -----------------------..

읽는 즐거움 2024.01.22

작별하지 않는다

어제는 마침 읽을 책이 다 떨어져 모처럼 목동 교보문고에 갔다. 그런데 서점을 두바퀴나 돌아도 도대체 읽을 책이 없었다. 세상이 변한 것인지 출판업계가 이상해진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읽을 책이 없었다. 경제경영자기계발 서적이 너무나 넘치는 가운데 에세이들은 참으로 가볍고 마음을 위로하겠다고 나오는 책들 역시 깊이가 없었다. 이제 정말 소설이나 시 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그쪽을 둘러봐도 자극적인 소설들과 가벼운 시 밖에 없었다. 그러다 겨우겨우 어이없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하고 고른 책 중 하나가 이 책이다. 한강씨의 소설은 언제나 참 차분하고 섬세하다. 그런데 그 차분함과 섬세함은 정적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차분함과 섬세함으로 격정과 감동을 만들어 내니 한강씨가 ..

읽는 즐거움 2024.01.22